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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쌤 Jun 14. 2024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거울을 보는 시간이 더 늘었다.

어제는 안 그랬는데

머리카락이 이별을 고한다.

머리를 감고 나면, 

세면대에 나의 일부이길 거부하는 녀석들이 많다.

서글프다.

그래서 애써 이별을 하지 않고자,

어성초 비누를 이용하고,

검증받지 않은 탈모 방지약을 먹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새치 부분에는 새치 전용 염색을 한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거울을 보는 시간이 더 늘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얼굴에 이상한 점들이 탄생했다.

태어날 때부터 검은 피부는 인정하였는데

왜?

검은 점들이 이다지도 많이 나에게 다가왔을까?

그리고

굵게 패인 주름은 나의 눈을 보호하고 있다.

안 그래도 되는데, 

하루가 다르게 전투적으로 경계선을 만들고 있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거울을 보는 시간이 더 늘었다.

옷이 맞는 게 없다.

바지는 허벅지의 둘레가 얇아져 헐렁해졌다.

티셔츠는 배로 인해 단추가 잘 안 끼워진다.

‘읍’ 숨을 들여 마셔야 입을 수 있는 옷도 있다?

애써 헬스장에서 허리에 벨트를 차고 흔들어 대지만,

배, 나의 분신들은 이별을 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안경이 의도치 않게 보는 방향에 따라 굴곡이 생겼다.

근거리에서,

원거리에서,

보는 것이 달라졌다.

나의 시력은 점점 영민함을 잊고 있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탈모 된 머리카락의 새치를 애써 아닌 척 꾸며도

내가 머리카락이 많던, 적던, 새치가 있든 간에

아무도 나의 머리카락에 관심이 없다.     


나의 얼굴에 점보가 많고, 주름이 굵게 패여서

좋은 로션을 바르고, 얼굴의 반군을 감추려 노력해도

아무도 나의 얼굴에 관심이 없다.     


나의 얇은 허벅지를 보완하고자 맞는 바지를 입어도

모든 근육이 다 모인 듯한 나의 배를 감추려 해도

아무도 나의 다리 근육과 배의 크기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50대 중년으로만 바로 봄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타인을 위해 외모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건강 유지와 자기만족을 위해 거울을 보는 것이 옳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타인은

나의 가치를 크게 또는 작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만 봄을 알게 된다.     


2024년 4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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