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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쌤 Jun 20. 2024

아버지의 소리

아침에 눈을 뜨고,

막내가 자고 있길래 옆에 누웠다.

막내의 가슴에 귀를 대어 보았다.

심장 소리가 ‘쿵쾅쿵쾅’ 세차게 뛰고 있다.

생명의 탄생 소리는 여전히 세차게 들린다.

어제인 듯한데, 우렁차게 울면서 태어난 아이들의 심장 소리의 감격을 경험한 것이….

감사하게도

여러모로 능력은 부족하지만,

현세대에 세 자녀를 선물로 받은 것에 대해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더 감흥으로 다가온다.

첫째와 둘째는 청소년이 되어

이제 편하게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없으나,

그들의 발소리만으로도 감사하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의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는 직업으로

매일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듣는다.

뉴스에서 나오는 어른들의 이해관계에서 나오는 아우성과는 비교도 안 된다.

아이들의 소리는 맑다!

때론 인간인지라 싸우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소리는 맑다.

특히, 수업 중 질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분명하게 대답하는 소리는 더 예쁘게 들린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에, 발표 소리에, 노랫소리에, 리코더 연주 소리에 감흥을 받는다.     


아침에 아내에게 한 소리 들었다.

냉동실에 냉동식품이 많다는 둥,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된다는 둥,

일찍 자지 왜 딴짓하느냐는 둥,

왜 이리 출근길에 짐을 많이 가져간다는 둥

아내의 소리는 결혼 초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

얼마 전만 해도 이 소리에 지칠 때가 있었지만,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이것도 감사하다.

왜?

아직 아내가 옆에서 살아 있음이 느껴지니,

언젠가, 순서가 어찌 될지 모르지만,

그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는 날이 올 것이 다가옴을 느낀다.    

 

소리하면 생각나는 것이 ‘아버지의 소리’이다.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 지냈지만,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오면,

누나와 나는 ‘아버지의 소리’를 말없이 들어야 했다.

본인의 신세가 썩인, 잔소리가 썩인,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소리’와 같은 이상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난 식탁에서 가족들과 여러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 아빠의 이야기, 요즘 뉴스에 나오는 시사 등

그럼 세 자녀와 아내는 ‘또’, ‘또’, ‘또’를 외친다.

“아빠, 그 이야기는 20번 들은 거 같은데, 하지 않으면 안될까??”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어느 순간 나도 ‘아버지의 소리’를 하고 있음을 느낀다.     


암튼,

아침에 막내에게 들었던 ‘쿵쾅쿵쾅’ 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고 출근한지라

오늘은 또 다른 감흥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되어 감사하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소중한 소리를 잊어버리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202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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