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로컬 창업 3단계: 고객과 마주하는 방법

현장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이유로 특정 행동을 하는지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마음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아나 싶겠지만 관찰과 추론을 끊임없이 진행하다보면 결국 그 사람의 마음에 도달하게 된다. 


멘토리에서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현장 관찰과 인터뷰를 제시한다. 현장관찰이란 고객이 특정 행동을 하는 장소에 찾아가 가만히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의 서비스를 기획하는 팀 같은 경우에는 병원에서 환자, 간호사, 의사, 직원들이 특정 장소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고 기록하게끔 한다. 

예전에 강화에서 청소년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르신들이 지역 내에 있는 병원에 안 가시고 자꾸 대도시로 나가시는 모습을 발견했다. 지역 내 병원을 방문하는 이유는 매우 가벼운 사안들이거나 정말 시급할 때만 방문했다. 지역에서 도시로 나가는 데에 비용이 꽤 많이 들고, 어르신들은 운전도 못하셔서 버스타고 나가야 하다보니까 병원 일정으로 인한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의료 서비스 퀄리티 때문에 그런가 싶어도 그 지역 병원 원장님들도 다 서울대 병원, 연세대 병원 출신으로 수술 경험 및 경력도 뒤지지 않는 실력자 분들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왜 어르신들은 지역 내 병원 의사들을 이용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고객의 행동 패턴을 알아내고 그 행동의 의문이 생기면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인터뷰는 고객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근원적인 이유를 알아내는 데에 있다. 청소년들이 어르신들을 붙잡고 물어본 결과 어르신들은 지역 내 병원에 온 의사들은 실력이 떨어져서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력 있는 의사들은 서울, 대도시부터 발령(?) 받는다고 생각해서 지역 내 병원은 가장 실력이 낮은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실력 있는 의사들이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학벌이 좋은 의사가 그들에게는 실력있는 의사들이었다. 


지역 병원들은 대부분 학벌보다는 수술 경력을 강조하고 있었다. 학벌이 좋은 의사들이 지역 내에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잘 강조가 안되다 보니까 어르신들은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왔다고 생각하고 계셨던 것이다.그래서 자꾸 몸이 아프신 것을 참는 한이 있더라도 대도시 병원으로 나가 진료를 받고 싶어 하셨다. 청소년들은 현장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정의한 후 해결책을 고안해보았다. 지역 내 어르신들의 학벌과 전문성을 살린 팜플렛을 만들고 지역 어르신들에게 홍보했다. 이 지역 내에 있는 의사 선생님들도 서울대, 연세대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그 결과 지역 내 병원에 대한 신뢰도 및 매출이 많이 올라갔으며 대도시로 나가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내서 행동을 바꾸게끔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지금처럼 제품과 서비스가 넘쳐 흐르는 세상 속에는 수많은 대안들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행동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기존 대안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는 어렵다. 가격, 기능, 접근성 측면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눈이 휘둥그레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지점과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은 사실 그들도 잘 모른다. 평소에 불편한 점을 하나하나 다 신경쓰며 살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나오기 전에 2g 폰 불편한 줄 잘 몰랐고, 자동차 나오기 전에 마차가 불편한줄 잘 몰랐다. 시대의 흐름을 보면 기존 대안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다만 당사자들의 말만 듣다가는 이것저것 버전만 업그레이드 되는 요상한 제품/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뷰할 때는 소비자들의 특정 행동을 미리 파악한 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들이 행동을 하는 근거와 가장 상위에 두고 있는 가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 아인슈타인-


사람들은 창업을 하기 전에 굉장히 큰 꿈에 부푼다. 엑싯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평생 놀러만 다니는 삶, 혹은 권위적인 ceo가 되어 대접받는 삶 등을 꿈꾼다. 하지만 대부분 시작하지 않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잘 안되면 금방 접는다. 창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특정 고객에게 제품, 서비스를 판매해보고자 마음을 먹었으면 이전과 똑같은 소비자 마인드의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 생산자의 마인드를 가지며 소비자는 왜 저렇게 해동하고, 저것을 선택하고, 재구매를 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탐구하고 질문해야 한다. 이 디자인은 왜 잘 팔리고, 저 컨셉은 왜 인기가 없고 이런 것들을 관찰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제와 다른 삶을 매일 같이 살아내는 사람만이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전 13화 로컬 창업 3단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