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시장을 이해하고 고객을 이해하는 모든 시간들은 돈으로 즉각적으로 환산되거나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지 않는 시간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이 기간의 과제들을 매우 힘들어한다. 오늘은 돈을 벌기 위해서 왜 돈이 되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청년 창업가들은 빠르게 결과물을 보고 싶어한다. 현재 두 손에 든 무기가 아무것도 없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최연소 스타트업 대표가 되어서 유퀴즈에 나가 인터뷰 하는 모습을 꿈꾼다. 그러한 목표를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그 목표에 조금이라도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을 버리고 간다는 것에 있다. 청년들은 시장 조사 얼추 끝내고, 고객이해 얼추 했으면 이제 빨리 제품/서비스 만들어서 팔 준비를 한다. 시장이 그 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 명확하게 답이 없는 상태로 제품 개발을 위해 1~2달, 100~200만원 정도 쏟아붓는데 그 결과 대부분 잘 팔리지 않아 좌절하고 사업 아이템을 접는다.
이건 비단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저성장 시대가 오고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등의 붐이 차례로 불면서 주변에서 자꾸 투자로 성공한 이야기만 들린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근로 소득으로만 살아가는 내 신세는 매우 처량하고 뒤쳐져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주변에 투자 좀 한다는 친구에게 종목을 추천받아서 구매하기도 하고, 부동산 임장 투어에 슬쩍 따라다녀보기도 한다.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부동산이든 그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는 사람은 10명 중에 1명 있을까말까하다. 대부분 자신의 데이터로 쌓아 매수/매도를 판단하기 보다 남의 이야기를 듣거나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서 산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 마음은 힘 안들이고 빠르게 결과물(부)을 보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런 면에 있을 때 세상은 공평하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빚을 지고 떠나기 때문이다.
직장인과 창업가가 공통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돈이 되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돈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탑트레이더 김종봉의 '돈은, 너로부터다'라는 책에 따르면 돈은 자기의 시간과 정성을 쏟은 무형자산에서 출발한다. 무형자산은 시간과 정성, 그리고 돈을 벌거나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쏟아부아야 만들어진다. 창업의 경우, 내가 아닌 타인에게 제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타인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상황, 경제적 여건, 추구하는 이상향,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본질적인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예쁘고 퀄리티가 좋아도 본질을 놓쳤기 때문에 구매로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그렇게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시간과 정성, 돈을 쏟으며 시장조사, 고객조사, 인터뷰, 현장관찰을 한다면 고객들의 '본질적인 필요'를 캐치해낼 수 있다. 초기에는 돈도 못받고 사람들 뒷꽁무니나 쫓아다니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본질을 캐치한 제품/서비스를 발견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 100만원의 자본을 들여 100시간을 걸려 100개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자.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냈는데 고객들이 사지 않는다면 나의 시간의 가치는 -1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니즈 기반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면 나의 시간당 보상은 +1만원에 가치를 얻게 된다. 만약 생산성을 높여 한 시간에 10개씩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되면 같은 작업을 해도 한 시간에 +10만원의 가치를 얻게 된다. 따라서 같은 시간 내에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본질을 관통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즉각적으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시간, 본질을 파악하며 무형자산을 만드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 일을 하다보면 지치고 포기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안정적으로 일정한 돈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인의 길로 들어선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으로 무자본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3%정도의 사람들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적은 수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고객의 니즈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제품/서비스를 더 고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한 시간당 받는 금액, 즉 시간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을 이해한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때, 신뢰성이 형성되며, 이는 또 다시 그 사람만의 무형자산이 된다. 이 무형자산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기존 니즈와 연관된 고가의 제품/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창업가는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의 시간을 견디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이 무형자산을 만들어내야 한다. 자신의 무형자산이 형성되었을 때 이를 활용하여 시간의 가치를 고가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