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로컬창업 3단계: 딱 맞는 고객을 찾아가야 한다.

페르소나와 90%이상 일치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앞서 고객이해고객세분화의 중요성에 대해 다루었다. 오늘은 고객을 어떻게 찾아서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청년 스타트업 IR 피칭에서 심사위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다음과 같다.


  "그걸 고객이 왜 사야 하죠?" 


고객 입장에서의 문제정의가 잘 안 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질문을 듣다 보면 청년들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만드는 예술가들인가 보다 싶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고객의 소리를 너무 열심히 들으려고 해서 괴물이 된 경우가 많다. 

초기 창업팀의 아이템에 고객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첫번째 이유는 타겟 고객의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명확하게 그리지 못해, 공통된 특징을 가진 집단을 인터뷰하지 못하는다는 데에 있다. 구체적인 고객 상이 없다 보니까 넓은 범위의 다양한 고객군에게서 정보를 수집하게 되고, 그 정보를 이것저것 다 합쳐놓은 괴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막걸리를 만드는 팀에게 타겟 고객을 설정하라는 미션을 주게 되면 '막걸리를 좋아하는 2030 여성 '이라는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그런 여성을 수십, 수백명을 만난다. 그러나 여성들 중에서는 막걸리를 산 갔을 때만 먹는 사람, 집에서 정기적으로 시켜 먹는 사람, 한 달에 한 번 술집에 가서 먹는 사람 등 다양한 소비형태가 존재한다. 이런 여러 가지 소비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크게 분류해 놓으면 각 상황마다 필요한 니즈들을 모두 수용하게 된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을 만들려다 보니까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은 제품을 설계하게 되는 것이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2030 여성 보다는 '집에서 한 달에 한 번 막걸리를 구독해서 먹는 직장인 여성' 등으로 소비패턴 또는 집단의 특징을 명시해놓아야 페르소나를 찾아가기도 쉽고 분산된 정보를 얻지 않을 수 있다. 

페르소나를 구체화한 팀이더라도 고객의 니즈를 뾰족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팀이 있다. 그런 팀들은 대부분 주변에서 구체화된 페르소나를 쉽게 만날 수 없어 지인으로 인터뷰이를 채워넣은 케이스다. 이럴 경우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만나야 하는 타겟 고객의 니즈가 아니라 자신이 만날 수 있는 타겟 고객의 니즈를 이것저것 합친 괴물을 만든다. 특히 원재료 생산자들이 많은 의성의 경우에는 이런 사례들이 많이 보인다. 


의성에서 주로 하는 창업 프로젝트들은 농산물을 활용한 f&B 상품 개발인데, 이 프로젝트를 맡은 대부분의 청년들은 의성에 있는 주민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직장인들을 타겟 고객으로 선정한다. 시골에 와 있는 상태에서 도시에 있는 사람을 타겟 고객으로 선정하게 되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컨택을 하거나 혹은 사비를 들여서 도시로 나가야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사비를 들여서 도시까지 나가고 싶어하는 청년들은 많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서 타겟고객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컨택을 해보지만 아무런 신뢰도가 없는 초기 창업가들이 하는 컨택에서 친절하게 인터뷰를 응해주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기준을 타협하여 주변 지인 중에서 인터뷰이를 찾게 되고, 팀이 세워놓았던 구체적인 페르소나 특징을 하나 둘 무시하며 인터뷰이 수 채우기를 위한 섭외를 하게 되는 것이다. 

부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였다. 부안 관광지에 오는 관광객들을 타겟 고객으로 삼은 팀들 같은 경우에는 버스 타고 나가서 고객을 만나고 돌아오는 일이 하루만에 가능했다. 이런 팀들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데이터를 모아 뾰족한 문제정의를 할 수 있었던 반면 농가 또는 도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팀은 데이터 모으는 속도도 매우 느리고 모을 때도 꽤 많은 돈과 시간을 소요해야만 했다. 집 밖으로 나가 버스 20분만 타면 바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팀과 차타고 1~3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팀의 프로젝트 진척 속도 및 고객 니즈 반영도는 꽤나 차이가 많이 났다. 

고객을 만나는 시간도 굉장히 중요했다. 부안 같은 경우 평일에는 관광지에 사람이 없다가 주말에 바글바글 거리는 경향이 있는데 프로젝트는 대부분 평일에 운영되다 보니까 나가더라도 인터뷰이 몇 명 못 건지고 허탕치고 온 경우도 꽤 많았다. 서울도 마찬가지로 평일에는 사람이 많이 없지만 주말에 특히 붐비는 곳이 많아서 요일을 잘 계산하고 올라가야만 했다. 서울은 또 지역과 달리 낮선 사람이 청해오는 인터뷰 요청에 굉장히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서 붐비는 시간대에 간다고 해도 큰 수확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3일 동안 서울에 있어도 지역에서 하루 동안 얻은 인터뷰 데이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똑같은 조건의 시설이라고 가정할 때, 전주 등의 지방 도시보다 서울에 방문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시간 대비 얻을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서울로 올라갔다가 데이터도 많이 못 얻고 마음의 상처도 덤으로 안고 온 팀도 있었다.

만나고자 하는 인터뷰이의 특성에 따라 시간대 선정도 달라진다. 만약 가게 사장님을 인터뷰하고 싶을 경우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가 좋고, 손님들을 인터뷰 하고 싶을 경우에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눈치 보이지 않을 만큼 적당히 있는 시간대가 좋다.  

이런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잘 상기하여 고객과의 접촉 시간과 장소를 적절하게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팀이라면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겠지만 초기 창업팀에게는 인력, 자본과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영리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만나야 하는 고객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그들이 어떤 장소에, 몇시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빠르게 파악하여 그 시간, 장소에만 찾아가는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빠르게 문제정의하고 아이디어 내고 프로토타입 개발/검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면서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직접 방문해보려는 의지와 끈기가 필요하다.




이전 11화 로컬 창업 3단계: 고객을 세분화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