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큰 기쁨을 느끼는지에 대해 굉장히 놀라울 때가 많다. 정말 조용하고 무뚝뚝한 할아버지가 특정 주제에 우다다다 말을 쏟아내며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저런게 바로 봇물 터진다는 뜻이구나 싶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영웅담과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내용을 가만히 듣다 보면 특정 상황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보다 과거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추임새 넣듯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왜냐하면 ~~하기 때문인 것 같아. 너는 어때?" 식의 대화보다는 "내가 이걸 봤는데 거기서 이랬대~" "내가 예전이 이거 사먹어 봤는데 엄청 귀엽고 맛있더라!" 등 경험위주의 말들이 훨씬 많이 오간다. 사람들은 특정 경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인터뷰이들은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사람들은 특정 행동을 할 때 일시적으로 받는 느낌과 경험을 기억하지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반추해보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귀여우면 귀여운거고, 예쁘면 예쁜거고, 기분 좋았으면 기분 좋은거지, 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그렇게 행동한 원인에 대해 머리를 싸매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특히 사람들이 각박한 사회에 살고 있어서 업무 외의 상황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큰 것 같다.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도 그 사람의 행동 일대기만 듣고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셨고요, 인스타그램을 봤고요, 회사 사람들이랑 점심을 먹었고요, 일하고 퇴근하고 잤어요" 등 첫 인터뷰를 나가게 되면 행동에 대한 일대기만 쭉 듣게 된다. 특정 행동에 대해 물어보더라도 행동의 과정만 상세하게 더 알게될 뿐 그 원인과 감정은 쉽게 캐치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객을 이해할 때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고객의 행동의 일대기를 세세하게 조사하고 왜 그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조사자가 곰곰히 생각해보고 가설을 세워 다시 질문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밤마다 다음 날 웹툰을 보고 자는 한 여대생이 있다고 하자. 그 여대생에게 웹툰을 몇시쯤 보는지, 볼 때 어떤 자세로 보는지, 방의 불빛은 어떤 것을 켜놓는지, 음악을 틀어놓고 보는지, 충전기를 끼고 보는지, 물을 마시면서 보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구체적으로 그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쉽게 대답이 나온다. 그러나 그 하나의 행동마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물어보게 되면 "음..그냥 편해서요... 그냥 그게 좋아서요.."라는 대답이 나올 확률이 높다. 딱히 생각하지 않고 몸에 굳어진 습관이기 때문이다. 왜 이정도의 조도를 추구하고, 이런 자세를 추구하고, 그 시간대를 선호하는지는 조사자가 why를 던지면서 끊임없이 생각해봐야 하는 영역이다.
고객 이해과정을 할 때 가장 많이 느끼는 지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부분 경험과 순간적인 감정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올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디저트 팀 같은 경우 대부분의 부모들이 "지역에 왔으니까 특산물이 잘 드러난 디저트를 고를 것 같다" 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시식회 때도 오디 다쿠아즈가 1등을 차지했고 판매량도 1위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쿠키앤크림 맛이 1등을 차지했다. 만약 이 팀이 부모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오디 맛을 가장 많이 준비했다면 큰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현장에서 부모들이 하는 행동을 바탕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간식을 아이의 주도권 하에 고르게 하는 부모들, 간식을 먹고 웃는 아이들을 사진 찍는 부모들을 보면 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의 기쁨, 행복, 선호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고객 관찰 및 인터뷰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준비하고 시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첫 번째는 현장을 관찰하며 고객의 행동거지를 살필 것, 이를 바탕으로 행동에 관한 인터뷰 질문을 준비한다. 두번째는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행동 양식을 세분화하고 단계별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 마음을 예측하며 이유를 적어본다. 세번째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 질문한다. 이 행동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질문하며 상대방의 반응을 살핀다. 상대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표현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기록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상대의 마음을 깊이있게 살피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그들의 마음을 그들의 연인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