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장실'을 운영하며 처음으로 만난 친구가 A였다.
사교적이고 적극적이며 자기표현이 강한 아이였다.
A의 도움으로 교장실에 오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교장실을 스스럼없이 들어왔다.
교장실에 올 때는 A와 단짝 친구 2명이 함께 왔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두 친구를 거의 리드하고 있었다.
교장실에 오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보냈다.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이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특별한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영상을 한번 같이 해볼까?” 했더니 모두 좋아라 하며 그러자고 했다.
혹시 000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가사를 끝까지 모른다고 해서 노래를 틀어주고 몇 번 불러 보았는데 연습이 더 필요했다.
“ 노래를 익혀야 하는데 언제까지 가능할까?” 하고 물었더니
“이번까지 다 외워올게요.”라며 자신감 뿜뿜이었다.
그러더니 A가 “노래도 하고 혹시 편지나 응원하는 거를 만들어서 들고 할까요? 한다.
A가 나서서 하는 주도적인 면이 좋아서 "그럼 뭐라고 쓸까?" 했더니 ”000 축하해요. 이런 거요.
오 그래? 너희들 스스로가 자축하며 응원문구를 만드는 거니까 더 뜻깊을 거 같은데?’ 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다시 만났을 때 A는 과제를 충실하게 해왔고 다른 친구들은 학원으로 바빴다면서 노래 가사를 겨우 외워왔다. 커다란 하트 모양에 ’ 000 축하해요 ‘라는 문구와 직접 쓴 편지를 가지고 와서 과제를 하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한 개씩 나누어주었다.
과제 해결력도 좋고 열정적인 A 덕분에 영상을 재미있게 촬영하였다.
그다음에는 영상에 맞게 우리 친구들의 인터뷰를 넣고 싶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평소보다 많은 친구들이 교장실에 왔다.
아마도 영상을 찍고 A가 자랑을 했는지 많은 아이들이 교장실을 기웃거리기에 이 친구들과 인터뷰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부탁하려고 인터뷰 내용을 설명하고 ‘이제 인터뷰해도 될까? 했더니 아이들이 좋다고 하며 밖에 있던 아이들이 교장실로 우르르 들어왔다.
A가 갑자기 아이들을 막으며 화를 내면서
”너희들 다 나가. 나만 교장실에 들어오는 거야. 너희들은 다 나가 “하면서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라고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 하마터면 A의 행동을 나무라며 제지할 뻔했다.
잠시 숨을 들여 마시고 ’ 그래 친구들, 인터뷰는 다음에 할까? 하며 아이들과 다음으로 미루고 헤어졌다.
그 순간 당황했던 나는 이내 씩씩거리고 있는 A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항상 열정이 넘치고 교장실에 제일 먼저 들어와서 나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던 A의 마음이 그 순간 충분히 공감되었다. 교장실은 나의 공간이고 교장 선생님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제일 먼저 친근하게 들어와서 물꼬를 트고 친구들을 데려와 준 A로 인해서 교장실에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오게 된 것은 사실이니까..
우리 사이에 신뢰가 생길 때까지 A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그 마음 그대로 받아주기로 했다.
A의 행동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소통해야 우리의 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윌리암 글라써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욕구가 있으며 그 욕구로 행동하게 한다. 모든 사람은 욕구가 바탕이 된 목표가 있고 그 목표가 행동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욕구를 충족하려고 노력했을 때 이루어졌던 행동들은 우리 속에 저장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생존의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힘의 욕구, 자유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 등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5가지를 말하였다.
<욕구 코칭>의 저자 김성경은 ‘아이의 욕구를 잘 파악하면 그 행동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아이의 욕구를 잘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큰 공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아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욕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아는 것에서 출발하며 자체를 욕구 자체를 이해하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욕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보았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욕구가 이해가 되면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도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의 욕구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거나 욕구를 추측해서 물어보며 소통하는 것이 아이와의 가장 큰 공감법이라는 것이다.
A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아들러의 기본 욕구 중에 ‘힘의 욕구’가 강한 친구였다.
힘의 욕구가 강한 아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취해내는 욕구가 특징으로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 결단력이 좋다. 늘 당당해 보이고 자기표현이 분명하여 표현한 것에 대해 이루어지기 길 바란다. 스스로에게 긍정적이어서 할 수 있다! 하며 목적이 분명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고 노력하여 이루어 내고자 하는 면이 강한 편이다
A처럼 ‘힘의 욕구’가 강한 친구들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첫째, 먼저 욕구를 채워주어야 한다.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는 대부분 행동 속에는 ’ 내가 선택할게요, 내가 도와줄께요 ‘와 같은 싸인이 들어있다.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욕구를 먼저 물어보며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가장 좋으며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잘못된 부분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좋다.
둘째, 힘의 욕구를 강제로 누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힘의 욕구를 가진 아이를 대할 때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그 힘을 꺾겠다고 생각하거나 부모가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여기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하다. 힘의 욕구는 이기려는 마음인데 부모가 그 힘을 꺾겠다고 하는 것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고 아이에게는 더욱 이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
부모가 화를 내거나 행동 반응이 클수록 아이는 그만큼 자신의 힘이 크다는 느낌을 받아 학부모를 무서워하기보다 이겨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된다.
어떤 아이는 화가 나면 무슨 말을 시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 이럴 때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니? 혼자 있고 싶어?” 등의 말로 잠시 진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잠시 진정하고 난 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서로의 감정도 상하지 않고 진정된 상태에서 차분하게 대화를 풀어갈 수 있다.
셋째, ’ 나는~ 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힘의 욕구가 강한 친구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 나는~ 내가~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러므로 ‘’ 나는~ 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이 좋다.
힘의 욕구 자체는 분명 좋은 점이 많으나 힘의 욕구가 강한 아이들의 힘 자체를 나쁘게 보는 시각이 있다. 학부모와 교사, 친구들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려는 욕구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힘은 잘 채워지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교사나 학부모는 아이를 권면하고 안내하고 조절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힘의 욕구가 강한 친구들은 후에 리더가 되고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도 그런 면에서 A와 소통하며 A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먼훗날, "맞아.. 초등학교 다닐 때 교장실에 자주 갔었어요. 짱쌤이 늘 반갑게 맞아 주셨어요"
교장실에서의 기억이 행복한 추억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