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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짱쌤 May 30. 2022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

너, 몇 학년 몇 반이야? 

 세월의 힘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교문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학교와 복도에서 만나는 아이들, 퇴근 후에 산책하며 만나는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그냥 아이들 자체로 대견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장학사로 전직하면서 교감, 교장이 되기까지 10여년이 넘게 행정가로 살았다.

교감, 교장이 되면서 학교 현장으로 나왔지만 교장이 되니 아이들과 대면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직접 가르치지 않아서,  코로나 상황이어서 아이들과 만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조금씩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회복하면서 복도에서 말이라도 걸면 "근데 누구세요?" 라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였다.  

 

우리 아이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를 나누며 진심으로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런 고민의 시작으로 '열린 교장실'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열린 교장실'이란 교장실을 개방하여 우리 아이들이 언제든 스스럼없이 들어와 잠시 머무르며 이야기를 나누며 쉬었다 가는 장소이다.  


"아유..안 바빠요? 시간이 되요? 무슨 열린 교장실이야... "

다른 교장 친구들이 말린다.

 

사실 교장실은 누구에게나 들어오기 쉽지 않은 장소이다.

문만 열어놓는다고 아이들이 교장실을 쉽게 들어올까? 더구나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교장실에 들어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점점 많아졌다.

우리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먼저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첫째아이들의 눈높이로 다가가 친절하게 대하기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반복적으로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걸었다.


"안녕? 어디가니?" 

"도서관이요.."

"그러니? 책을 좋아하는 구나."

"누구세요? "

"교장쌤이야." 


보건실인줄 잘 못 알고 어쩌다 교장실에 들어온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맞이하였다. 

"보건 선생님" 하고 들어오면 

"어디 아프니? "하면서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보건실을 찾는구나. 근데 여기는 보건실 옆에 있는 교장실이야. 교장 선생님이 보건실 알려줄께,

 그런데 교장실에 들어왔으니 뭘 하나 주고 싶은데 뭘 줄까? "하며 준비된 사탕을 한 개씩 주었다.  


 교장실에 들렸던 아이들이 학급에 가서 '교장실에 가면 사탕 한 개씩 준다 ‘는 입소문이 있었는지 여러 명의 저학년 아이들이 교장실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아이들이 교장실에 들어올 때마다 일하다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들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맞이하며 "어서와. 교장실은 언제든지 환영하니 아무때나 들어와도 된단다" 는 말도 덧붙였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가방을 맨 두세 명의 남자아이들이 교장실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는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사탕 하나 가져가도 돼요?" 하고 물어서 "그럼, 너희가 좋아하는 사탕을 한 개씩 골라서 가져가세요." 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는 바로 사탕 바구니를 향해 직진해서 사탕 한 개씩을 집어 교장실을 쌔앵~하고 나갔다.      

 

 보상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교장실 방문 목표가 사탕이 되어 버린 잘못된 보상으로 "이게 아닌데~~" 목적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행동으로 사탕이 다 떨어질 때까지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드디어 준비된 사탕이 모두 없어졌다. 바구니에 다시 사탕을 채워놓아야 할까 고민이 되었지만 일주일을 비워두기로 했다. 교장실의 사탕이 목적인 아이들의 방문은 더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아쉽게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교장실에 들어온 여자아이들과 하루 일과가 재미있었는지를 묻고 "이제는 사탕이 없는데 어쩌지?" 하고 말했더니 "아니에요, 사탕 안 주셔도 돼요. 그냥 교장 선생님을 보러 온 거예요."하며 부끄러워하며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그렇게 교장실에 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몇 명의 아이들은 집에 가기 전에 잠깐씩 들렸다.  

나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게임도 하는 만남의 장소로 생각하는 듯 했다.  아이들에게 교장실이 즐거운 장소가 되고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안하게 배려하였다. 이렇게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니 어느새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들며 친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자기들끼리 ‘착한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너무 궁금해서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어떤 분이 너희들이 생각하는 착한 선생님이야?" 하고 물었더니 복도에서 뛰면 "복도에서 뛰면 안 돼..."라고 개인적으로 조용하게 말하고 3번까지 알려주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래도 계속 뛰는 아이들은 없어?" 했더니 자기네 반에는 그런 친구 몇 명이 있다면서 선생님의 속을 썩이고 있다고 했다. 그럴 때는 그 아이를 따로 불러서 "너 이제 3번이나 뛰었고 이제는 절대로 뛰면 안 된다"고 야단을 쳐야 된다고 했다.  


 "왜 따로 불러서 말해야 될까?" 했더니 그 친구가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그리고 복도에서 뛰는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야, 너희들 몇 학년 몇 반이야? 응!! 복도에서는 뛰면 안 돼!!"라고 말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가 아니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와우? 세상에 아이들의 속이 너무 멀쩡하다. 그런 나도 아침 등교맞이를 하면서 교문 앞까지 와서 학교를 들어오지 않고 계속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다짜고짜로 "친구, 너 몇 학년 몇 반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둘째아이들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기


 어느 정도 친해(?) 지자 아이들 중 몇 명은 내 책상 바로 뒤로 와서 "교장 선생님, 지금 뭐하세요?" 하며 묻기도 하며 내 자리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이랑, 안경,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지고 소파에 와서 떨썩 앉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30여 년이 넘게 교사로 살아왔기 때문에 고질적인 직업병이 있다. 그것은  아이의 좋지 않은 행동을 알려주고 문제 행동을 수정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어렵게 교장실에 오는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신뢰가 생길때까지 일단 아이들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었다. 


특히 '너희들이 교장실에 오는 것을 정말 환영해.' 라는 나의 인식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금방 비언적인 표현으로 드러난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몸짓과 표정, 자세 등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는지 거부하는지를 금방 알아챈다. 그래서 어느 상황에서는 말보다 비언어적 표현이 아주 중요하다. 

     

 

 셋째질문으로 대화하기     

 

 먼저 아이들과의 좋은 관계를 통해서 친밀감을 쌓고 서로의 신뢰가 형성될 때 비난과 지적질이 아닌 대화가 가능함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게임을 하자고 B가 제의했다.

문장 이어가기 게임이라며 3개의 단어로 이어가는 게임이었다.

 A친구가 ‘엄마 하~, 고 함께 ~’ 하다 보니 열린 문장으로 어쨌든 만들어 가기가 쉽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은 이 게임이 쉽지 않네... 너희들은 어때? 그러자 자기들도 어렵다고 했다.


  ’다른 게임해요.‘하기에  ’무슨 게임을 할까?‘ 선뜻 대답이 없다. 기다렸다가 ’혹시 끝말잇기 게임이라고 들어봤니?‘ 했더니 ‘아~~ 알아요.’하며 손뼉을 치며 좋아라 했다.     

 새로운 게임인 끝말잇기를 하다가 둑~에서 멈췄다. 둑 둑 하더니 잘 모르겠어요. 하기에 마침 아이들도 학원 갈 시간이 되어 ’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네.. 학원도 가야 하고. 내일은 ‘둑’으로 시작하는 낱말을 찾아와서 만날까? ‘제안을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교장에 왔는데 어제의 너무 할 일이 많아서 게임의 과제를 못했다고 했다. 약속한 과제를 잊고 왔기에 ‘ 그렇구나. 오늘은 교장선생님도 바쁜 일이 있어 게임을 못할 것 같은데 우리 내일 다시 만날까? 했더니 순순히 그렇게 하자고 했다.     


 다음날 만났을 때 ’ 둑길, 둑방‘이라는 단어를 찾아왔다. 뜻을 물었더니 대답을 했다. 

" 어머, 어떻게 알았어?" 했더니 B가 사전을 찾아보았다고 했다.

" 아유.. B가 모른 단어를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았구나! 그렇게 모르는 단어를 직접 찾아보니 기분이 어땠어?" 물어보니 "뿌듯했어요." 한다.      


  생활 속에서 문제를 느낄 때 바로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찾아보는 경험을 통하여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보상이 없어도 아이들의 마음을 인정해주고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들은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온다.

아이들이 생각하게 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질문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다. 


교장실을 찾아주는 아이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나도 스스로 변화 중이다.

재미없고 꼬장꼬장한 교장선생님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말랑말랑한 '소통하는 짱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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