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어제의 중국

택시사기 그리고 만리장성

by 강이생





서울, 도쿄, 런던, 파리 등


수도라고 하면 가장 모던하고 발전된 도시가 생각나지만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그렇지 않게 느껴진다.


중국의 역사, 문화, 건물, 사람들..

어제의 중국이 느껴진다.





중국 하면 만리장성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같다.

인류 최대의 성벽이라는 그 만리장성을 내가 직접 가다니.


20년 전에 만리장성에 온 뒤로 중국여행이라면 치를 떠는 친구 Y가 있다.

한 여름에 간 만리장성에서 구토하고 쓰러지던 날들이생각난다고 했다.

그곳을 내 발로 직접 가다니 Y는 놀라워했다.


물론 나 또한 다시 가지 않겠다던 중국에 가겠다고 한 점은 놀라웠다.






다시 잡아 탄 택시에서


만리장성을 가는 길이었다.

DIDI 앱으로 택시를 불러서 탔는데 5분 정도 가더니,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번역기에 말을 시작했다.

나도 바로 번역기를 틀었다.


기사 : 만리장성에 가서 다시 돌아올 때는 승객이 없으니까 왕복 택시비를 줘야 돼.


나 : 나는 DIDI앱에 250위안에 편도만 설정했어. 그러면 내가 다시 돌아올 때도 태워준다는 거야?


기사 : 아니. 그냥 지금 500위안을 내야 해. 거기는 너무 멀어서 내가 돌아올 때 빈차로 와야 하잖아.


나 : 내가 왜? 나는 그냥 여기서 만리장성까지만 가고 싶어


기사 : 어차피 거기 가면 인터넷이 안 돼서 택시를 못 불러. 돌아오는 택시는 내 친구번호 알려줄게.


나 : 무슨 말이야? 나는 그냥 만리장성까지만 가면 돼. 다른 차은 필요 없어.


기사 : 500위안을 내야 해. 인터넷에 나온 내용은 다 가짜야.



이 의미 없는 대화들이 반복되다가 그냥 내리기를 결정했고 내가 머무는 호텔도 아닌 뜬금없는 호텔에 내려줬는데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일찍 가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아까웠다.

DIDI앱으로 장문의 컴플레인 메시지를 보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바가지라니...


정신이 차려졌다.







만리장성에 도착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케이블카가 없던 시절에 직접 이 산을 등산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간다.



만리장성은 생각보다 거대했고

이 걸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만리장성을 보니 갑자기 피라미드를 보러 이집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회에 지었어도 놀라웠을 이 장소가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시간이 필요했을까 생각을 해봤다.


인간이 모든 것을 해야 했을 그 시절에 인간은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였을까 혹은 가치 없는 존재였을까.


정상이랄 게 없었던 구역이었지만 산을 좋아하는 내가 중국의 산에 올라와 있는 게 너무 좋았다.

바람은 서늘하나 날씨는 너무 더웠고 그늘이 없기 때문에 햇빛이 꽤 따가웠다.

30분 정도 걸었는데 규모가 상상이상으로 거대한 만리장성에서는 고작 몇 미터 걸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1시간 정도 슬슬 걸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주변을 보니

더운 날씨에 모든 사람들은 다 기진맥진했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만리장성이었다.



슈퍼 하나가 있는데 가격은 미국보다 비싸다.

음료 2개, 과자 2개를 샀는데 35,000원 정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아직 환율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이미 결제를 해버렸다.


자꾸만 투덜거리는 나에게 J는 돈보다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계속 생각나는 35,000원을 머리에서 없애려고 노력했다.







중국여행을 위해 꽤 고가의 신발을 샀다.

오래걷기도 편하다했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아직 발이 신발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뜬금없이 무릎과 무릎뒤연골 통증이 생겼다.


신발 하나에 적응하는데 며칠을 보냈다.


누군가에게 익숙해지는것,

새로운 감정에 익숙해지는것,

무기력에 익숙해지는것,


익숙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시간,

미세한 불편함,

혼란과 고민,


이 모든것들이 쌓여야

'익숙함'에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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