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아

흑백의 끝에서 2/ 옳고 그름. 또는 바른 일과 사악한 일.

by 하노

외롭지 않니?

아니요,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어느 토요일이었다. 울산에 볼 일이 있어 버스를 탔다. 기분 탓이었을까? 유난히 조용하던 버스 안, 나도 모르게 유행 지난 슬픈 노래를 듣고 있었다. 30분을 갔을까, 긴 다리가 나왔다. 사실 다리라고 하기에도 불안한.. 지나가는 자동차 좌우에 펜스라곤 없는 아찔한 다리였다.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면 괜히 손에 힘이 들어 갔을거다. 다리를 절반 정도 건넜을까 흐르는 강물, 갈대 사이로 한 마리의 학을 보았다. 그렇게 10여 초 남짓 나는 그 녀석에게 눈을 고정하였다. 이윽고 내 눈에는 다른 풍경들이 마치 자기 차례라는 듯 물 밀듯 들어왔다.

비록 "그 녀석"을 본 것은 10여 초 남짓이지만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선명히 생각이 난다. 독자들은 왜?라고 물어볼 수 있겠다. 이유를 말하자면 난 그 녀석이 슬퍼 보였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거 같다.

평범했던 토요일 오후였다. 유난히 조용하던 버스와

유행 지난 슬픈 노래, 늦여름 소나기 바람에 맥없이 흔들리는 갈대가 더욱 그 녀석을 위태롭게 보이게 했다.

불쌍한 학이네.. 이 넓은 강가에 혼자 저렇게 덩그러니 놓여있다니. 얼마나 외롭고 슬플까?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독자들이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 거 같다.

참나, 이 필자는 잘 먹고 잘 사나 봐 내 걱정하기도 바쁜데 지나가는 학 걱정도 하네..

맞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됐다. 왜 그 녀석에게,

10초 남짓 잠깐 지나가는 학에게 불쌍하다며 연민을 느낀 것일까?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한 중요한 요인은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학 100마리가 떼로 모여 강가에 있었다면 다들 신기한 장면에 사진기를 들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필자 생각엔 우리나라 사람들은 "혼자"를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상하다는 말이 어떻게 보면 조금 폭력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이 표현을 썼다. 독자들도 의미는 이해할 것이라 본다.


요즘은 사회가 많이 개인 주의화되었다. 혼밥, 혼술 등 여러 활동 앞에 혼이라는 글자가 붙는 경우가 많다.

혼자 무엇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사회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다. 급변하는 사회에 아직 적응기를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눈치가 보인다면 너무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혼자= 외로움이라는 공식이 떠오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거 같다. 난 혼자는 절대 못살아 라고 말하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외로움은 풀밭에 앉아 신선한 바람과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여유로운 감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여유로움을 가지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루하루가 전쟁, 경쟁사회, 줄어드는 일자리.. 콜로세움을 만들어 서로 싸우라고 강요하는 각박한 세상이다. 당장 내일 상대방의 칼에 찔려 죽을 수도 있는 순간에서 우리들이 진정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살고 봐야 한다. 모든 생물의 원초적이고 가장 우선인 본능은 생존이다.

결혼? 안 할래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말일 수도 있겠다. 하루하루 생존을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여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외롭지 않니?

아니요,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친한 누나가 이제 20 후반에 접어들었다.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남자 친구는? 애인 안 만들 거야? 결혼은?이라고 한다. 이제 물어보지 말자. 쓸데없는 관심은 주지말자. 그 녀석은 필자가 본 10초 남짓 흐르는 강물에 대가리를 집어넣으며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렇다 그 녀석 또한 생존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생존하는 것들에게 불쌍하다니 외로워 보인다니 그런 연민 따위 감정들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불 필요한지..

필자는 깨달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콜로세움 검투사들에게 불쌍하고 외로워 보인다는 연민 대신

오늘 하루 힘들었지? 진짜 고생 많았어라는 따뜻한 말로 인사를 건네는 건 어떨까?


내가 우연히 본 "그 녀석"도
여러분의 주위에 있는 "그 누군가"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치열한 생존보단
외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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