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끝에서 3/ 옳고 그름. 또는 바른 일과 사악한 일.
[ 한 인디언 소녀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너무나 추한 얼굴을 갖고 태어난 그녀는 일생 동안 단 한 번의 연애도 할 수 없었다. 부모에게서도 사랑을 받지 못했다. 여자로서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가엽게도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 말을 남겼다. ]
“다음 생엔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녀가 죽은 자리에 풀이 하나 돋아났는데 그것이 바로 ‘담배’라는 것이 인디언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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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자리였다. 흐릿한 발음으로 친구는 말을 이어갔다. 단점이 하나 있다. 엄살이 심하다는 것이야. 이 엄살은 삶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혼자이기를 싫어했다. 특히 혼자인 밤을 싫어했다. 그래서 생각과 밤을 지새웠다. 그 생각의 끝은 우울이었다. 병원을 가보진 않았지만 증상을 보니 요즘 유행한다는 마음의 감기일 수도 있겠다. 밤의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이유 없는 고통이었지만 약 대신 담배를 찾았다. 방안이 연기로 자욱해졌다. 그리곤 깨달았다. 담배가 끝이나면 또 이유 없는 우울의 고통에 빠지겠지..
친구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취기가 올라왔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갔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주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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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말을 아끼고 그 친구의 술잔을 몇 번 더 맞대어 주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괴롭고 힘들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계산을 하고 좁은 흡연실에서 그와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자욱해졌다. 친구는 다시 입에 불을 붙였다. 연기는 더욱 진해졌다.
"담배가 짧아지는 게 싫더라 나는"
그 녀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싫은 건 짧아지는 담배가 아닌
연기 대신 차오르는
모진 생각들이 아닐까
몇 년이 지났을까
담배를 붙이러 간다.
3분이면 꺼지는 불빛이지만 상관없다.
담배를 붙이러 간다.
저 금강이 훤히 보이는
거친 소나무들이 무성한 곳
연기가 자욱해지지 않는
어느 둔덕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