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
낯선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차갑지만 묘하게 익숙한, 얼음과 약간의 철 냄새가 섞인 공기였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긁는 소리, 멀리서 퍽이 부딪히는 ‘딱’ 하는 소리가 귓속을 울렸다. 순간, 어린 시절 타던 스케이트장의 기억이 확 스쳤다. 꽉 조여 오는 스케이트, 코끝이 빨갛게 얼어붙던 공기, 얼음 위에서 넘어졌다가도 금세 일어나던 그 시절의 나. 그때의 작은 심장이 다시 쿵 하고 뛰는 듯했다.
장비 착용은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다. 헬멧을 쓰자 시야가 좁아지고 턱끈이 턱 아래를 단단히 조였다. 두꺼운 장갑을 끼니 손이 둔해졌고, 스틱을 잡아도 감각이 무뎌졌다. 어깨에는 보호대가 덜컥 얹혀 무게가 더해졌다. “이러고 퍽을 제대로 칠 수 있을까?” 걱정이 스쳤지만, 심장은 이미 쿵쿵 뛰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비를 착용하자 신기하게도 어딘지 모를 자신감이 솟구쳤다. 휴대폰 카메라 속 내 모습은 이미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링크 위로 뛰어들 선수 같았다.
첫 훈련은 스틱 잡는 법부터였다. 코치가 시범을 보이며 말했다.
“허리를 너무 숙이지 말고, 어깨 힘을 빼세요.”
말은 쉬웠지만, 몸은 생각보다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스틱 끝에 놓인 퍽은 마치 장난꾸러기 같았다.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휙휙 도망갔다. 나는 퍽을 따라가느라 허둥대다 한 번은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려 그대로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얼음이 스며들었지만, 아픈 것보다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잠깐의 드릴 연습이 끝나고, 미니 게임이 시작됐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팀이 되었는데, 게임이 시작되자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퍽이 굴러가고, 스틱이 부딪히는 순간 우리는 금방 같은 편이 되었다. 얼음 위에서 스케이팅하는 이 순간, 너무나 자유롭게 느껴졌다. 공기가 얼굴을 때릴 때, 다리가 얼음을 가르며 나아갈 때,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퍽의 움직임, 그리고 내 심장의 박동만이 선명했다.
경기가 끝나고 장비를 벗는 순간, 몸이 갑자기 무겁게 내려앉았다. 땀이 식으면서 근육이 천근만근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져 있었다. 링크장을 나오며 코끝에 스치는 공기가, 이제는 차갑지 않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귀 속에서는 여전히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긁는 ‘샤악—’ 하는 소리가 맴돌았다. 손끝에는 스틱의 단단한 감촉이 남아 있었고, 볼에는 차갑게 스쳐간 바람이 아직도 서늘했다. 몸은 분명 고단했는데, 이상하게도 다시 얼음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집었다. ‘아이스하키 정규반 모집.’
다음 수업 일정을 찾는 손가락이 주저함 없이 움직였다.
나는 이미, 다시 달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