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틱과 함께, 새로운 챕터로

by 지윤

하남 매장 안, 벽 가득 걸린 스틱들 사이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무거운 나무스틱에서 벗어나 나만의 스틱을 갖고 싶어 무작정 매장에 왔지만, 정작 어떤 걸 사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자 사장님이 오셔서 내 키에 맞는 스틱 몇개를 추천해주셨다.


“이건 제트스피드 55플렉스, 이건 트리거8 50플렉스예요.”
수치와 용어는 아직 낯설었지만, 플렉스가 높을수록 힘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했다. 입문용으로는 낮은 플렉스를 사는게 좋을거 같았지만, 내 키에는 살짝 짧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보라색 포인트가 반짝이는 트리거8, 빛에 따라 은은하게 달라지는 그 반짝임이 유독 예뻐보였다. 스틱을 들어보고 이리저리 비교해봐도, 이미 내 마음은 '트리거8'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마치고, 스틱을 픽업하러 갔다. 직접 가지러 왔다는 말에 날 수건도 하나 챙겨주시고 스틱에는 이름과 등번호까지 각인해주셨다.


‘이게 내 첫 스틱이라니.’

긴 스틱을 품에 안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길, 혹시 흠이라도 날까 봐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괜히 혼자 미소가 지어졌다.




며칠 뒤, 그 스틱을 들고 걸스팀 두 번째 훈련에 갔다. 링크장은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설었다. 지난주에 봤던 얼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감독님이 내 손에 들린 새 스틱을 보더니 말했다.


“좋은 거 샀네~ 첫 스틱이에요?”

“네, 지난주에 하남 가서요!”

“직접 고른 게 제일 오래가요.”


아직 스틱 테이핑 하는 방법도 몰라 코치님께 부탁드렸더니 깔끔하게 감아주시며 내 등번호'17번'까지 써주셨다. 하남에서 직접 고르고, 직접 들고 온 내 첫 스틱. 새 스틱 덕분에 이상하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훈련은 점점 강도가 높아졌다. 크로스오버, 지그재그 스탑, 직선 대쉬까지 쉴 새 없이 스케이팅 훈련이 이어졌다. 그때 코치님이 다가와 말했다.


“스케이트의 혓바닥을 누르듯이 타보세요. 발목을 완전히 굽히면 중심이 더 잘 잡혀요.”


그 말에 스케이트가 미끄러지는 감각이 달라졌다. 조금 더 안정적이고, 조금 더 단단했다.


훈련이 끝나고 같은 팀 언니와 집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그 짧은 대화가 묘하게 따뜻했다. 낯설던 공간이 점점 내 일상에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손끝에 닿는 새 스틱의 감각, 빛 아래 반짝이는 표면, 그리고 얼음 위에서 점점 익숙해지는 나.


하키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내 손에 들어온 스틱.

단순한 장비 하나가 아니라, 나를 한 걸음 더 앞으로 이끈 시작이었다.


아직은 낯선 동작이 많지만, 이 스틱과 함께라면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하고 있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keyword
이전 11화이제 진짜, 팀의 일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