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팀에 들어온 뒤, 링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낯설면서도 설레었다. 아직 모든 얼굴이 편한 건 아니지만, 처음처럼 긴장만 가득한 날은 아니었다. 낯섦과 설렘 사이, 그 어디쯤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은 준비가 늦어 분주하게 장비를 챙겼다. 링크장에 들어서자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아 살짝 낯가림이 밀려왔지만, 옆에서 “11월부터 오셨죠? 저도 처음 뵈요”라는 한마디가 먼저 다가왔다. 그 작은 친절이 어색함을 금세 풀어주었다.
우연히 링크장 앞에서 마주친 리그 팀원들과의 짧은 대화도 묘하게 위안이 됐다. 정규반에서 보던 얼굴들을 다른 팀에서 다시 만난다는 건, 하키를 통해 만들고 있는 ‘나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 같았다.
3:3 연습경기 훈련을 하던 날. 10명이 한 팀으로 로테이션을 돌았고, 나는 5번 포워드였다. 게임이 시작되자 머릿속은 금세 복잡해졌다. 대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 수비 전환을 빠르게 해야 한다는 압박, 공격 존에선 반드시 골대 앞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규칙. 빙판 위는 항상 생각보다 빨랐다. 몇 번은 제대로 미끄러졌고, 몇 번은 스틱 끝에 걸린 퍽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과정에서 코치님들의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삼각형 대형 유지해요!”
“따라가지 말고 반대로!”
“포워드도 수비해야죠!”
그 짧은 지시들이 마치 내가 이 팀의 호흡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초대처럼 느껴졌다. 한 번은 상대를 정확히 마킹하며 퍽을 끊어냈을 때 감독님이 뒤에서 외쳤다.
"오~지윤씨!"
누군가가 내 움직임을 보고 있다는 것, 그 순간의 변화를 발견해준다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이 됐다.
게임이 끝나자 온몸이 묵직하게 무거웠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 반대였다.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아, 조금은 익숙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시간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이 팀 풍경 안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기술이 늘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익숙해지는 얼굴들, 건네는 인사들, 스쳐가는 작은 배려들이 나를 조금씩 ‘팀의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링크장을 나서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잘하고 싶다’가 마음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함께 잘하고 싶다’가 조금 더 커지고 있다는 걸.
어쩌면 지금 나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우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함께 움직이는 법, 팀 속에서 호흡하는 법, 그리고 혼자가 아닌 ‘우리’ 속에서 성장하는 법.
아직 넘어지고, 아직 헷갈리고, 아직 부족하지만 나는 조금씩, 분명하게 이 팀에 스며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