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방요리 이야기
중국 4대 요리의 체계는 중국의 국토를 크게 동/서/남/북의 4대 지방으로 나누고 각각의 기후와 풍토나, 지역 경제권과 관련지어 네 가지의 대표적 지방 요리를 설명한다.
사실 4대, 8대 요리는 20세기 후반 이후에
외국인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목적에서 상용된 분류 방법이다.
특히 8대 요리는 1980년 인민일보에 따르면
1) 산둥, 2) 장쑤, 3) 저장, 4) 광둥, 5) 푸젠, 6) 안후이, 7) 후난, 8) 쓰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고대부터 남과 북의 두 요리 계통이 존재했고, 당/송 시대에 이르러 각 지방에서 서로 다른 요리가 발전했으며, 청대 초기에 이르러 4대 요리라는 인식이 정착했다. 이러한 통설이 반드시 사료로 완전히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잡아 거부할 수도 없다.
명말, 청초 무렵부터
1) 북방 2) 강남 3) 쓰촨 4) 광둥/푸젠 요리의
구분은 어느 정도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인식되고 있었다.
수나라에 의해 대운하가 610년에 개통되었다. 그러나 수왕조를 멸망시킨 당 왕조(618-907)는 대운하를 이용해 강남(양쯔강 이남 지역)에서 수도 장안이나 동도 낙양으로 쌀 등을 수송했다. 또한 당대에는 광둥에서 수도 장안까지 과일을 들여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당대 이래로 북방은 정치 중심지, 남방은 북방으로 식량을 보내는 경제 중심지라는 지역 간 관계가 정착했다.
이 대운하로 인해 화이양(회안+양주=장쑤 성) 지방은
남북 물류의 요지로 번영을 구가해 이곳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 체계의 하나인 "화이양 요리"가 자리 잡았다.
이후 송대에 일어난 중요한 변화는 도시가 발달하고 인쇄술이 보급되어 각 지방의 음식 전통이 체계적으로 인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송대에는 변경(북방)의 현지 요리와 함께 3대 지방 요리가 확립되어 있었다.
과거 수험 등을 위해 이동하는 남방 사람들에게 남방의 맛을 제공하는 "남식점"이 번성했다. 강남에서는 독자적인 국수 요리가 발달했는데, 특히 북방의 남식점에서는 새우류의 국수를 파는 것이 특징이었다.
맹원로의 동경몽화록(미식재료 안내서)은 중국요리를 대표하는 조리법인 볶음이 송대에 이미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사료이다.
볶음 요리는 강남 연해 지역에서 단시간에 가열하는 것이 바람직한
어패류 같은 식재료에서 비롯되어 그 후에 시간을 두고 육류의 가공으로도
확산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송대요리는 "갱(국)"이 중심이었던 당대까지의 요리와 다를 바가 없었으나
송이 금에 패하여 강남으로 천도한 뒤로 볶음 요리가 많아졌다고 추측한다.
볶음 조리법은 송대 이후 코크스(고체연료)가 취사에 이용되고 나아가 쇠 냄비가 보급되면서 확산되었다.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곡물을 낟알째 쪄 먹었으므로 "찜" 조리법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특히 중국에서 발달했으나 볶음 요리 또한 중국요리를 특징짓는 조리법이 되었다.
출처: 중국요리세계사
이범준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미식유산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