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몸에 좋다고 하니 누구에게나 언제 마셔도 괜찮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차가 상황에 따라 오히려 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차도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몸이 예민할 때 혹은 특정 질환이 있을 때는 차 한 잔도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차의 성질을 따뜻한 성질(온성)과 차가운 성질(한성)로 나누어 본다고 합니다. 이것은 과학적 온도와는 다르며 마신 뒤 몸에 주는 반응의 방향성을 말하는데 차는 몸에 ‘열’과 ‘냉’을 다르게 줍니다. 그래서 차들은 발효 정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므로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마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차는 같은 나무에서 난 잎이라 해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니게 됩니다. 발효의 정도가 달라지면서 맛과 향은 물론 우리 몸에 주는 작용도 달라지지요.
가장 먼저 비발효차에 속하는 녹차, 백차, 황차는 발효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아 찻잎의 본래 성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차들은 차가운 성질을 띠어 몸의 열을 내려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이뇨 작용을 돕습니다. 더위를 많이 타거나 몸에 열이 많은 분들에게 잘 맞지만 속이 차거나 위장이 약한 분들에겐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반발효차, 대표적으로 우롱차가 있습니다. 녹차와 홍차의 중간쯤 되는 성격으로 부분적으로 발효시켜 만든 차이지요. 성질은 비교적 평이하거나 약간 따뜻한 편이라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소화를 돕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체질을 가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차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발효차인 홍차와 흑차(보이차)가 있습니다. 이들은 완전히 발효되거나 후발효 과정을 거치며 따뜻한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몸을 덥혀주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위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지요. 그래서 몸이 차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분들 혹은 겨울철 몸을 덥히고 싶은 분들에게 잘 맞습니다. 다만 몸에 열이 많거나 혈압이 높은 분이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듯 차는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라 마시는 사람의 체질과 계절 그리고 몸 상태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섬세한 음료입니다. 오늘 내 몸은 어떤 상태일까를 살펴보고 그에 어울리는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차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차를 고를 때는 단순히 취향만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속이 차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녹차와 백차처럼 성질이 찬 차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보이차나 홍차처럼 따뜻한 성질을 가진 차를 마시면 속을 편안하게 하고 소화를 도와줍니다.
몸이 차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역시 녹차, 백차, 황차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성질을 가진 홍차와 보이차가 몸을 데워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불면증이 심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이라면, 차 선택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처럼 카페인이 들어 있는 차는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는 피하고, 카페인이 없는 허브차나 곡물차 같은 대용차를 마시는 것이 한결 더 편안한 잠을 돕습니다. 즉, 차는 단순한 기호 음료가 아니라 몸 상태에 따라 ‘약’처럼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컨디션을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차 한 잔을 고른다면, 차가 주는 기쁨은 훨씬 더 깊어질 것입니다.
차에도 ‘나에게 맞는 순간’이 있습니다. 차는 자연에서 온 식물이고 그 식물마다 지닌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몸과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어울리게 됩니다. 중요한 건 차 자체가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지금의 내 몸과 잘 맞는가를 살펴보는 마음입니다. 차는 약은 아니지만 때로는 약처럼 조심해서 마셔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차를 마시기 전 잠깐 멈추어 나의 컨디션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 작은 습관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차 생활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