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화. 시간이 정지된 공간 속의 사람들

by 일상온도

그의 방은 창문이 닫혀 있었고, 커튼은 늘 내려져 있었다. 시계는 고장 나 멈춰 있었지만, 그는 고치지 않았다. 지금이 오전인지 오후인지도 중요하지 않았고, 요일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쉬는 거라며 스스로를 달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조금’은 점점 늘어나 결국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되었고, 몇 달이라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밖에서는 시간이 계속 흘렀지만, 그에게 시간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지된 건 시계만이 아니었다. 그의 삶 전체가 정지되어 있었다.


그는 깨어 있을 때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 식사는 규칙적이지 않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입을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졌고, 가끔은 배가 고프다는 감각도 무뎌졌다. 휴대폰은 침대 옆에 있지만 거의 열지 않았고, 연락을 주고받는 일도 줄어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찾을까 봐 두려우면서도, 아무도 찾지 않는 현실에 더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그렇게 방 안의 공기와 그의 마음은 함께 굳어갔다. 바깥세상은 매일 뉴스로 떠들썩했지만, 그의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던 건, 그런 나날들이 ‘익숙해진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이 상황이 불안했고,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자신이 점점 둔감해지는 걸 느꼈다. 바깥에 나가지 못한다는 현실보다, 나가고 싶다는 감정 자체가 사라지는 게 더 두려웠다. 무기력은 그렇게 서서히 감각을 마비시켰고, 하루하루를 지나치게 만들었다. 날짜는 사라지고, 계획은 무의미해지고, 미래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점점 흐려졌다. 그는 그저 ‘지금 여기’라는 정지된 지점에 오래도록 머무는 존재가 되어갔다.


가끔 거울을 보면 낯선 얼굴이 보였다. 눈빛은 흐릿했고, 턱은 덥수룩했고, 어깨는 무너져 있었다. 자신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다시 세우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 날이면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게 진짜 나일까?”, “이런 내가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가야 할 이유도, 돌아갈 곳도 점점 흐릿해졌다. 사회는 그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았고, 그는 그 사실에 조금씩 체념하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그 시간에서 빠져 있었다. 고립은 단지 공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삶과 시간의 연결이 끊기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가장 아프게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바깥 세계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의 시간은 고요히 정체되어 있었다. 그는 그 안에서 오늘과 어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갔다. 기억은 흐릿해지고, 희망은 멀어졌지만, 어쩌면 그 방 안에도 여전히 미세한 변화는 일어나고 있었을지 모른다. 마치 멈춘 듯 보이는 호흡 속에서도, 생명은 아주 작게나마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keyword
이전 06화5화. 문을 닫기까지 벌어지는 수많은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