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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Oct 12. 2021

ADHD의 최악의 단점 (2) 생각이 너무 많다.

ADHD의 최악의 단점 (2) 생각이 너무 많다.

 

 약을먹고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된 것이 있다면 한번에 한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예전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가지 생각을 하면 7가지 결론이 내머릿속에는 동시다발적으로 그려졌다. 스스로가 그렇다 보니 생각이 느린사람을 참지 못했다. “이게 왜안돼? 아니 이생각을 왜 못한거야?” 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아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생각이 나는만큼 금방 생각이 휘발되는 엄청난 단점이 따라왔는데, 하루에도 열두번 이상 “엥? 내가 무슨말 하려고했지?” 라고 말을 달고 살았다. 한가지 말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이 드는데 이거다음에 이말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그 생각이 또다른 생각으로 인해 덮혀져 버리곤 했다. 한두시간 만나는 친구한테는 한두번 정도 그러는 것 이지만, 나 로써 살아가면서는 하루에도 12번씩 이렇게 할말을 까먹으니, 스스로가 할 말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처럼 느껴지곤 했다. 한두번은 그러려니 하겠지만 매일 매일이 나와의 싸움이니, 지치는게 당연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개운한 적이 별로 없었다. 언제나 디폴트 값으로 어떤 것을 잊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따라왔다. 

 

 ADHD 환자들이 실행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생각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빨래를 해야할때도 ‘빨래해야지’ ‘아 빨래하기 전에 잠깐 자료부터 보내고 할까?’. ‘이번엔 티셔츠빨래가 많네’, ‘아..맞다 티셔츠 사야하는데’, ‘이번엔 블랙색상 티셔츠를 주문할까? 지난번 홈쇼핑은 별로였어’, ‘울샴푸는 지난번에샀던 향이 나았나?’, ‘지난번에 동녘이 티셔츠에 내가 아이스크림 흘렸었는데’, ‘아맞다 지난번에 사놓은 아이스크림 먹어야하는데’ 이런식이다. 말도안된다고? 나도 말도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이다.. 그래서 빨래 하려다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건 이미 빨래 할 시간이 없을 때다. 이런 생각의 흐름도 있지만, 너무 생각이 앞서가 버리니 행동력이 따라주지 못해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한다. 내 생각은 이미 울트라 회사를 만들었는데, 생각의 속도만큼 따라가 주지 못하는 행동력을 인지할 때 ‘하, 이거 언제다하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극단적으로 무기력증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참 우스운 일이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객관적이지 못하고 어떤 사건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것도 단점중에 하나이다. 생각이라는 것이 늘 좋은쪽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안좋은 쪽으로도 진행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극단적으로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생각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간혹 내가 예민하게 반응되는 사건이 일어나면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의 극단까지 가버려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거나 초조해 지면서 ‘급’우울해 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감정기복이 커서 조울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정도로 순간 순간의 감정들의 소용돌이가 너무나 크게 느껴져 힘이든다. 


 아주 재미있는 특징중 하나가 아무리 기억하고 싶어도 관심이 ‘안’생겨서 기억할 수 없는 많은 업무적인, 지식적인 내용들은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거나 실수했던 기억은 나를 벼랑끝까지 밀어붙일 만큼 끈질기게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이런 순간에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의미없는 단순게임이나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서 생각을 멈추기위해 노력한다. 생각을 안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가 ADHD환자들에게는 참 공감가는 일인데 주변에 사람들에게는 공감하기 어려운 일이라는것또한 참 신기했다. 이렇게 생각이 많다는 것이, 나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치료를 하면서 알게되었다. 


 

ADHD의 최고의 장점 (2) 생각이 너무 많다.

 

늘 생각이 많은채로 살아가다 보면 생각이 빨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숨도 쉬지 않고 늘 생각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일정 수준까지는 대부분 해본 생각이 많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할 때에도 기본적으로 늘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겹쳐져서 이미 생각하고 인지해본 적이 많아서 그만큼 가지고있는 기본 생각 소스가 많다. 한가지 사건에도 8갈래, 10갈래로 생각이 뻗어나서 물론 그만큼 증발되는 생각도 많지만 생각자체가 빠르다. 내가 붙여준 나의 별명은 ‘아세톤’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메모를 하지 않으면 많은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펼쳐졌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늘 메모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 나더라도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생각난 순간에 바로 메모를 하지 않으면 생각이 휘발되니 반 강제적으로 메모가 습관이 된다. 


 *성공하고 싶다면 메모를 하라는 너무 많은 성공한 사업가의 조언이 있다. 그 말을 듣기전부터, 늘 나는 메모를 해왔다. 늘 사라지고 없어지는 생각들을 그나마라도 쫒기위해 숨쉬는 것 과 비슷하게 메모를 했다. 그리고 이 습관이 내가 사업을 하면서 아니, 살아오면서 정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긍정적인 역할이 되었다. 메모의 중요성은 사실 너무나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법칙이라, 내가 덧붙여 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인데 나는 이 메모의 힘은 복리로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천원을 30일간 2배씩 받으면 5천억이 된다고하는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처음에는 작을지 모르지만 그것들이 하루하루 쌓여 1년이 되고 2년이되고 3년이되면 정말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런 면에서 생각이 증발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연료삼아 매일매일을 기록하게 하는 습관을 만들어준 ADHD가 나에게는 성공의 아주 큰 장점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두번째 장점은 생각이 많기 때문에 '나만의철학'을 가지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점이다. 철학이란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가장 근본적 문제들을 이성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나는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용량의 나의생각이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근육이 많으면 근육이 약한 사람보다 쉽게 더 큰 무게도 들어올릴 수 있는것 처럼 생각또한 많이 하다보면 근육이 붙는다. 그리고 이 생각근육이 강해지면 나의 철학이 형성되기 쉽다. 나는 생각이 한번 시작되면 시작된 생각을 멈추는것이 생각을 계속하는것 보다 더 어려운 일 이었다. 한번 시작된 생각은 나에 대한 고민, 관계, 존재 나아가서 세상의 시작 등 지구 끝까지의 생각 확장이 된다. 이렇게 생각 근육이 누구보다 강하다 보니, 어느순간이 되었을 때에는 단단한 근육, 그러니까 단단한 나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말도안돼는 몽상들이, 곱씹어 반추하는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만의 철학'이 된 것이다.


 나는'철학'을 가지게 되는 것이 흔히 많은 사람들이 정의하는 '성공'의 첫 단추라고 확신한다. 나도 예전에는 왜 유수의 기업가 자녀들이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과를 진학하는지에 대해 의아함을 품고 있었는데, 짧은 인생 살고보니 어떤 분야건 어떤 일이건 '자신만의 철학'을 갖는것이 우선순위를 가릴 수 없을만큼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한 어느철학가의 말 처럼 살아가는것이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철학 나만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MZ세대를 넘어 앞으로의 세대로 향하며 더욱더 중요해 지는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성능이 좋기 때문에 마니아 층이 있는것이 아니고, BTS는 노래를 잘 부르기때문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 아니다. 애플은 Think Diffrent.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믿는 크리에이티브 한 괴짜들의 능력을 믿는 '철학'이 있는 브랜드 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고, **BTS는 현재 세계에대한 비평, 미래의 희망과 자신들의 철학을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나또한 사업을 함에 있어서 철학이 없었다면 (철학이 없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만)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ADHD이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성향이 ADHD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  

 나는 사람은 자신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아는 사람들 중 기록을 하는 사람이 꾸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똑같은 고민을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만날 때 마다 기록을 하라고 제안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기록을 너무나 하고싶어, 하지만_ ' 이라는 말로 돌아왔다. 고민에 도움이 될만한 컨텐츠나 정보들을 공유해 주어도 기록을 하지 않으면 결국 몇년 뒤에 또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열중 한두명은 기록을 시작하며 기록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을하게된 사람도 만났다. 그런면에서 성장을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은 '기록'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차민주 작가의 <BTS를 철학하다> 에서는 챕터2번의 ‘나의 꿈을 위하여’에서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를 니체, 키에르케고어 등 철학자들의 메시지와 비교한다. 저자는 ‘Tomorrow’의 ‘니 꿈을 따라가 Like Breaker / 부서진대도 Oh 뒤로 달아나지마 NEVER’ 가사를 21세기 버전 차라투스트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Answer: Love Myself’ 가사는 니체의 ‘인간은 자신을 굳게 의지하고 두발로 용감히 서야만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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