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최악의 단점 (3) 좋아하는 것만 집중할 수 있다.
참 외롭게 살았다. 정확하게는 내가 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어왔다. 언젠가는 나에겐 참 사랑이 많은데 왜 나만큼 다른사람들은 나를 생각하지 않지 라는 말도안되는 생각에 빠져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내가 주변사람들에게 벽을치고, 마음을 닫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늘 연락도 많이왔고 사람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인가 연락이 오지않고 만나자는 사람도 없어졌다. 어느순간 심심할 때, 연락할 친구가 남아있지 않았다. 왜 메시지를 안하게 되었는지 주변사람과의 메시지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한명 두명 어떻게 대화가 끝났는지 대화창에 들어갔다. 놀랍게도 상대방의 메시지에 반응이 없던건 나였다. 친구들이 본인들의 흥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ㅋㅋ’ 혹은 읽씹. 그 위에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어보면 마치 상대방의 메시지를 빼고 읽어도 완전한 대화가 가능한 '셀프독백'이 되었다. 오로지 내가 흥미있는 주제, 내가 재미있고 이야기하고싶어하는 것들에만 집중하고 피드백하고 상대방에게는 조금도 집중하지 않는 나를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놀라웠다.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도 어느정도 들어줘야하는데, 오로지 내가 관심있는 이야기에만 ‘반응’했다. 결국 내가 관심있는 이야기는 ‘내’이야기일 확률이높은데, 본인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상상 이상으로 관계의 형성에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메시지도 메시지 이지만 만나서 대화를 할때에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흥미가 없는 이야기에는 계속 하품이 나오거나 다른 생각이 든다. 그럴때면 의식없이 나도모르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거나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니 상대방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배려가 없어보이는것은 당연하고 자기중심적이게 보인다거나 나아가서는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슬픈 이야기를 듣거나 극단적이게는 장례식장에 가서도 미친사람처럼(어떤의미에서는 이런 부분 때문에 미친사람이맞는것 같다) 웃음이 난다는 일은 ADHD 환자들 사이에서는 격한 공감을 얻는 일이다. 슬프지 않는것이 아니라, 그 '슬픈 이야기'에 집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장례식장에 갈때는 누구보다 슬프고 걱정되며 미칠것같은 속상함을 느끼다가 새로운 환경인 장례식장에 가면 꽃이나 사람들 옷입는것이라던지 다양한 음식 다양한 이야기 소음들 로 인해 집중력이 분산되어 '슬픔'이라는 감정자체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진실이다. 이런 싸이코페스같이 비춰지는 요인 때문에 ADHD환자 스스로도 내가 싸이코페스인가? 라는 질문을 하는 것도 대부분의 ADHD환자들이 겪는 순서이다. 정말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너무나 다양한 것들에 시선이 분산되고 자신이 강력하게 원하는것 외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이 성향이 관계형성의 가장 강력한 적이다.
돌아보면 학창시절에도 내가 흥미가 없던 과목에서는 도저히 집중, 아니 깨어있을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늘 내 책은 두꺼웠는데, 침을 하도많이 흘리고 자서 책이 울어서 두꺼워 졌었다. (충격) 정말 노력을 해도 안되는 간단한 쪽지시험조차 흥미가없는 과목에서는 ‘절대’ 통과할 수 없었던 점도 학창시절에는 너무너무 힘든 점이었다. 자존감을 지키기가 어려웠다. 누가봐도 너무나 간단하고 노력을 한다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난이도 임에도, 아니 노력이라도 안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텐데 아무리 밤을새워 수백번을 까맣게 적어도 백지앞에서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어느순간에는 아, 나는 정말 목적없이(이유를 모른채) 외우는건 절대 못하는 구나 하는 인지가 가능해서 더이상 잘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었다. 나에게 좋아하지 않는것에 집중하는 행위는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것을 인정한것이다.
ADHD의 최고의 장점 (3) 좋아하는 것만 집중할 수 있다.
좋아하는거 이외에 ‘바보’가 되는만큼, 좋아하는것에서는 ‘미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중 장점이다. 뛰는놈위에 나는놈 있고 나는놈 위에 즐기는놈 있다고 하는 말처럼 내가‘즐기는’분야 만큼은 정말 이 adhd의 과몰입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밥을안먹어도 잠을안자도 옷을 뭘 입던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몰입한 것이 있다면 그냥그저 구글검색페이지의 끝이 나올 때 까지, 유투브에 10년전 영상까지 다 볼 때 까지, 내가 모르는 정보가 없을 때 까지 그야말로 끝까지 파는게 이 adhd의 특징이다. 한가지에 빠지기만 한다면, 지구끝까지 파버린다. 빠지는 이유또한 별거없다. 나에게 자극을 주었다면, 흔히말하는 ‘덕질’을 시작하게되는 것이다.
고등학생때에는 한창 좋아하던 온라인 강사 선생님이 생겨서, 학교에서 가르쳤던 과목이 아니었음에도(그래서 학교 사탐선택과목은 전부 9등급을 받았다.)온라인 강사 선생님이 가르치던 과목을 3개다 공부했다. 선생님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나는 시트콤을 보는것 보다 그 선생님의 온라인 강의가 훨씬 재미있었다. 공부가 나에게는 정말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1년내내 자유이용권을 끊어서 한화도 빠짐없이 섭렵을 했었다. 다행히 수능에서 모두 1~3등급을 받아 안전히 대학을 진학할 수 있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다면 그 영화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의 필로그래피 부터 시작해서 그 감독이 촬영한 다른 영화 그리고 비슷한 영화로 까지 퍼져나가 디깅하기 시작한다. 음악도, 전시도, 일에도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밥을안먹어도, 잠을자지 않아도, 몸이 망가져도 끝까지 달린다. 그리고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영화를 백번을 보고 (진짜다) 같은 노래를 3개월을 반복한다. 일또한 마찬가지인데,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앞 뒤를 가리지 않고 몰입한다. 사실 계산해보면 들어간 시간대비 성과가 다른사람에 비해 좋지는 않다. 그저 빠지기 시작하면 시간을 많이 들이니 결과가 좋게 나온게된다. 성과가 나오는 일의 경우 결과가 좋게 나오면 자신감이 붙어서 또 더 하고싶어진다. 긍정의 선순환이 된다.
한가지에 몰입하는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이런 극단적인 ADHD성향은 자신이 하고자하는 방향에는 미친듯한 몰입력을 발휘한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사업에 집중했다. 신발도 3년간 같은 것을 신고, 옷도 매일매일 같은옷만 입고 하루에 16시간씩 2년넘게 일을했다.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고 생일같은 기념일도 챙겨본적이 없다. 한번 집중을하면 그 고민이 끝날때까지 한달이고 두달이고, 아니 일년이 넘도록 붙잡고 있는다. 적어도 '내사업'에 관해서는 스티븐잡스보다 내가 더 많이 고민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런 성향덕분에 사업을 지속적으로 끌고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