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일기와 달리 글감을 위주로 쓰는 ‘10분 아침일기’는 처음부터 쓰기 쉽지 았았다. 통상적인 일기는 하루의 일을 순자척으로 쓰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캐치해 적으면 되는데 10분 아침일기는 막연한 글감을 하나 정하고 쓰는 글이라 막막했다. 처음 무엇에 대해 쓸지도 어려웠지만 막상 글감을 풀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처음부터 노트 한면을 반드시 채우겠다고 스스로에게 공언했기에 글이 안 써지는 어떤 날은 편법으로 글자 크기를 키우기도 했다. 간격을 넓게 띄우기도 했다.
처음 글이 잘 안써질때는 다시 일기로 돌아가 평상글을 적고 소감을 적을까 하는 유혹을 뿌리칠수 없었다. 그럼 마음 편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내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는 글을 쓰기 위함인데’라는 글쓰기의 최초의 결심을 생각하곤 다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처음 글감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소재를 택했다. 아침일기쓰기,병원진료, 글쓰기 수업 회고,벚꽃과 건강등으로 글감을 잡았다. 글도 사색적인 글보다는 일상적인 부분과 장면을 포착하는 글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명상, iq.스승의 날,봉사등으로 약간은 실생활과 떨어진 글감에 매료되기 시작했다.글도 그전의 일상적인 장면을 포착하고 쓰던 글에서 다각도로 그 글감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터득하고 깨우친 첫 번째가 나너우리다. 어떤 글감, 예를 들면 ‘미소(웃음)’라는 글감을 정했다면 나의 어린 시절이나 자라온 날들을 떠올려보며 내가 한껏 웃음짓던 때가 어느 순간이었는지를 적는다.70,80년대 지금은 ‘개그 콘서트’와 비슷한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으면 복이와요’를 보며 그들의 몸개그에 포복절도 하던 이야기를 적고, 40대부터는 ‘전국 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을 보며 어린 여자 아이가 “오빠.”라고 하면 자지러지며 “내가 이런 아우가 있수.”하며 너스레 떨던 진행자의 모습을 적어나간다. 어머니가 어떤 때 웃음을 지었는지 아버지는 어땠는지 내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며 그들이 미소짓던 날들을 적어본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웃음짓던 날들도 생각해 본다. 2002 월드컵에 온 국민이 하나되어 ‘대한민국 짝짜짝 짝~짜’를 외치던 모습을 회상하며 글로 적는다.
또 더 나아가 과거, 현재, 미래를 떠 올려본다. 과거의 웃음띤 때가 언제였는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웃음으로 다가온 사건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결혼해 아이가 첫 번째로 발걸을을 뗄때의 신기한 경험, 아빠라는 말을 들을때의 가슴뜀을 생각해 본다. 지금 내게 웃음을 유발하는 흥겨운 일이 무언지 살펴본다. 최근 브런치 수업을 통해 5수만에 브런치 작가가 된 기쁨을 글로 적는다. 미래 1.2년뒤에 또 내 모습을 어떨지를 가상하며 글을 적는다, 그 적은 글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많다.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우리의 일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티비, 영화,책, 종교,속담으로도 확장하며 글을 쓴다. 티비와 영화를 보면서 재밌게 봤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종교나 속담에 나온 이야기를 글로 풀기도 한다.‘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란 속담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영화속 유머코드를 글로 만들기도 한다. 예수가 성경에서 예수님이 다섯 마리 물고기와 두 개의 떡으로 오천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고 사흘만에 부활해 제자들에게 짓던 미소도, 부처님의 제자 마하가섭이 연꽃 한송이를 대중에게 보인 뜻을 알아차리자 부처가 그윽한 눈빛으로 웃음짓던 염화미소의 모습도 글속에 집어 넣는다. 책에서 읽은 구절을 생각해 ‘마음이 긍정적이고 여유가 있는 사람일수록 얼굴에 미소짓는다.’는 글을 생각해 적기도 한다. 요한바오르 2세가 소천할 때 ‘나는 행복했습니다.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하던 웃음띤 얼굴을 상상하며 나는 글을 짓는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노트 한면이 채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거였구나,한가지 글감을 가지고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하는 글쓰기 기법, 너나우리로 출발해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티비,영화, 책 ,종교등으로 가지를 뻗어가는 글쓰기가 바로 노트 한면을 채울수 있는 글쓰기구나’느끼게 되었다.
글은 더 상상의 나래를 펴 어제 친구와의 대화, 직장 상사의 험담, 이웃나라의 소식까지로 영역을 확장하고 1차원,2차원, 3차원, 4차원등으로 생각의 폭을 확장해 본다. 그러다 보면 생각은 깊고 넓어지며 다양한 사고를 저절로 습득하게 된다. 한가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간도 이러한 연습을 통해 좀 더 넓은 통찰의 세계관을 갖게 된다.
‘아침 10분 일기’는 단순한 글쓰기를 떠나 내 지식을 견고히 하고 이웃을 이해하며 내 미래를 확실하게 바라보는 지혜를 갖게 해준다. 이제 10분이란 시간을 정하고 노트 한면을 채우는 글쓰기의 실제 사례를 통해 글쓰기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