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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만땅 Jun 25. 2024

글감 찾기는 눈만 좋으면 되지
(제3화)

“오늘은 글감이 전혀 안 떠 올라요, 글을 접습니다 !!” 늦은 저녁시간에 블로그 찐 이웃이 체념섞인 글 한 줄만 올리고는 다 느낌표로 도배한다. 그의 마음이 백번 수긍이 간다. 글을 쓰다 보면 무엇에 대해 글을 쓰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도 그랬다. 글은 쓰고 싶은데 무슨 내용을 가지고 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봐도 선뜻 글감이 눈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등단한 블로그 이웃의 글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녀의 글은 한 가지 주제에 시가 나오고, 영화가 나오고, 철학이 나왔다. 충격을 받았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입체적 글쓰기에 매료되었다. 그녀가 글감을 어떻게 찾는지도 알게 되었다. “내 주변이 모두 글감입니다. 생활을 통찰 있게 잘 살펴보세요.” 그녀는 늘 그렇게 말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도 글감을 찾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글감은 내 주변에 널려 있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눈을 크게 뜨니 글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아주 사소한 일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알수 있었다.

 아침마다 n 행시를 쓰는 블로그 이웃의 글을 보면서 감기, 여름, 계절, 소망, 꿈찾사, 보름달, 연필, 저금통, 자신의 일상이나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들이 글감임을 확인한다. 또 다른 이웃은 부사를 가지고 문장을 이어간다. 어쩌다, 겨우, 정말, 거저, 괜히, 설령, 벌써 같은 말들 말이다. 수도 없는 부사가 3일에 한 번씩 튀어나온다. 문장으로 글감을 제시하는 이웃도 있다. ‘나의 여름은 온통 글감입니다’ ‘눈부시게 멋진 당신의 하루’ ‘당신의 가슴 뛰는 첫 문장’과 같은 글 말이다. 글감이란 것이 마지막 남은 치약처럼 억지로 짜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주위를 깊이 있게 통찰 함으로써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매일 쓰는 아침 10분 일기에 이 글감들을 빌려서 써 본다. 모든 게 글이 되는 세상이다. 글감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n 행시도, 부사도, 문장도 다 글감이다. 하다못해 책 제목도, 표지도 읽어보면 자신이 글감이라고 날 위해 글을 써달라고 아우성친다. 책을 읽다 보면 소제목에 눈이 멈춘다. ‘꽃잎이 떨어질 때’, ‘나아갈 때와 멈춰야 할 때’, ‘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다’. 그 소제목을 핸드폰에 메모 저장한다. 언젠가 글이 되어서 나올 그들을 가슴에 폭 담아둔다.      

 계절의 변화도 글감의 하나다. 봄이면 화사한 벚꽃을 보며 장범준의 벚꽃 엔딩을 생각하며 그의 노래를 듣고, 강화 고려산 진달래의 분홍 꽃 잔치를 본다. 막 여름이 시작하기 전 6월 초 장미로 붉은 마음을 내준 겹겹이 쌓인 가시 달린 봉우리를 사랑한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사랑은 손에 찔린 상처를 견뎌야 얻을 수 있음을 느낀다. 가을의 코스모스, 국화를 보며 그 수수함에 빠져보기도 하고 알록달록 꽃잎인 듯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며 삶의 기쁨을 느낀다. 더불어 정은지 가수의 하늘바라기란 노래를 같이 들으면 더 마음이 감미로와진다. 겨울에 내린 소담한 눈송이를 보며 행복한 평온함을 느껴본다. 여름이면 불타듯이 넘어가는 아름다운 을왕리 일몰을 보는 일, 1월 1일 장엄하게 떠오르는 정동진 새해 첫 일출은 색다른 의미를 준다. 우리 생활 모두를 잘만 들여다보고 관찰하면 다 글감이다. 일 년 사시사철 24절기도, 달력을 보며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이니 광복절이니 노동절이니 하지니 하는 날들도 다 글감이다.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글감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눈만 크게 뜨고 잘 들여다본다면 무엇이든 글이 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눈에 보이는 승객, 좌석, 손잡이, 안내방송, 차선, 끼어들기, 교통카드, 자리 양보도, 학교에 가면 눈에 보이는 학생, 수업, 선생님, 교과서, 시험, 참고서, 성적, 동아리, 축제 이 모두가 글감이다. 조금만 관찰하고 집중해서 본다면 글감 아닌 것이 없다. 글감이 없어 글이 안 써진다는 것은 아직 주변을 충분히 관찰하지 않아서이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것은 글감은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매일 매일 써보는 게 제일 좋다고 한다. 그냥 일상처럼 밥 먹듯이 무슨 글이든 시간을 정해 놓고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몇 달 뒤에 지금보다 크게 향상된 글을 볼 수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습관의 결합’이란 말처럼 글을 잘 쓰는 방법의 하나는 매일 일기를 써보는 것이다. 글은 글을 씀으로써 좋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침 10분 일기’는 권장할 만할 일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말이 글이 되는 신비, 아침 일기 쓰기에 집중해 보자.     



- 도연(道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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