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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Oct 23. 2021

오디오북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바로 그 이야기

이 책의 첫 문단을 낭독했을 때 울컥했다. 

‘누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지?’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내 마음을 그대로 글자화해서 옮겨놨을까?’ 싶었다.     


이해받지 못해서 혼자 울던 날들이 있었나요?

고함을 쳐서라도 그 답답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나요?

억울함을 눈물과 함께 꾹꾹 삼키며 좌절한 적이 있었나요?     


이해받지 못해서 혼자 울던 날들이 있었고, 억울함을 쳐서라도 그 답답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억울함을 눈물과 함께 꾹꾹 삼키며 좌절한 적이 있었다. 한 단어 한 단어 똑같이 내 마음이었다. 꽤 오랜 기간 그랬다.      


그건 대화가 되지 않는 상대방 때문이었다. 상대방도 상대방 입장이 있고 다 사정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언어는 매우 달랐고 그게 날카롭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나중에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대화로도 나를 멸시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상대도 그랬을 거다. 처음엔 대화의 문제였지만 결국엔 마음의 문제로 변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다음에는 어떤 대화도 회복 불능이었다. 

책의 다음 문단은 이거였다.     

‘서로의 관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었고,

때론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고,

그 비결이 ’대화기술‘에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관계는 기술이 아닌

진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제 압니다.’     


그래, 이것도 나한테 하는 이야기였다. 내 마음 그대로였다.     

나의 세 번째 오디오북은,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 상처를 주고받으며 얼룩졌던 마음이 지쳐 있을 때 누군가 건네주면 좋았을 말. 그럼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손을 탈탈 털며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 말. 

그 말을 이 책이 건네주고 있었다. 참 따뜻했고 사려깊었으며 친절하고 조용했다. 

대화의 기법, 내 마음을 보듬고 상대방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방법, 내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말들을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다른 유사한 책들에 비해 가르치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네 마음 다 알아,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라는 말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그 마음을 듬뿍 담고 싶었다. 

내가 스스로 나에게 이 책을 들려주고 싶었다.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 지쳐있을 또 다른 수많은 나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불처럼 마음을 덮는 폭신한 목소리였으면 했다. 

맨 첫 청취자인 나 자신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다. 공감에서만 끝나지 않고, 왜 그런 마음이 들게 되는지,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면 좋을지에 대해 심리학적으로도 알려주고 있다. 저자인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박재연 소장님이 집필했던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에 나왔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오디오북 감독님이 “천천히, 곱씹으면서 말해달라.”고 주문하셨다. 생각이 필요한 책이라고.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건 인간관계다. 

일 때문에 힘든 건 참아도 사람 때문에 힘든 건 참을 수 없다.  

누구나 타인의 인정과 존중을 필요로 한다. 그 인정과 존중 대신 멸시와 하대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사람의 몸과 마음에 병이 난다. 

병이 나기 전에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자는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 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노골적이고 직설적이어서. 뭔가 들킨 것만 같아서. 

그만큼 이 문장은 누구에게나 마음 깊이 꿈틀대고 있는 본능같은 말이다. 

화를 내고 불평을 하고 결국 너와 싸우고 말았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던 거다. 바로 너에게.      

나는 결국 상대방과 대화의 문을 열지 못하고 차갑게 닫히고 끊긴 관계의 실마리를 날려 버렸지만, 언젠가는 이 책을 낭독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결국은 나 너에게 존중받고 싶었던 것 그것 하나였다고, 나도 너를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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