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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Oct 23. 2021

진심을 다해 사는 것

보이스 코칭의 최종 목표

어느새 마지막 수업이 다가왔다. 짧았던, 혹은 누군가에겐 길었던 3주간의 수업이었다. 내가 수업할 깜냥이 되겠냐마는,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으면 가르칠 수 있고 반대로 남이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으면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이스 코칭'이라는 것을 했다. 실은 아직도 코칭을 받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이스 코칭 수업에서는 낭독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 그 중에서는 기술적 요인이 많다. 발성, 발음, 호흡, 감정을 잘 표현하는 법, 속도를 조절하고 포즈를 넣는 것 등이다. 나도 할 때마다 재밌지만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참가자분들도 마찬가지다. 

"쉽게 생각했는데 어려워요." 

"이걸 신경쓰면 저게 안되고, 저걸 신경쓰면 다른 게 안돼요."


그렇다. 정말 신경쓸 게 많다. 그냥 읽으면 되는 건데 말이다. (읽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거겠지만..)

그렇게 이것저것 신경쓰고 시도해보고 참가자분의 기술을 함께 늘려가다가 녹음일이 다가오는 마지막 주가 되면이렇게 말씀드린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거 다 잊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마세요. 실전은 연습처럼 편하게 하세요. 

그냥 내가 쓴 글을 진심을 다해 말해보세요."

사실은 이게 전부다. 진심을 다해 낭독하는 것. 특히 그게 내가 쓴 글이면 더욱 그렇다. 자기가 하고자 했던 말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이면 된다. 

남의 글을 낭독하는 거라면, 저자가 하려고 했던 말을 내가 하는 말인 것처럼 안에서 충분히 소화한 후 진심으로 전달하면 된다. 그럼 그 진심은 분명 듣는 사람에게도 전달되게 되어있다. 


엊그제의 마지막 수업에서는 내레이션을 많이 해보신 참가자분이 있었다. 기본기가 좋으셨고 낭독에 운치도 있었다. 물론 안 좋은 습관이 있으셔서 그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했지만, 그 외에는 나무랄 데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냥 '잘 읽으려고 하시는구나'라는 생각 외에 그 어떤 마음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어떤 부분에서 '어?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 같았고, 낭독자의 진심이 느껴져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 더이상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정말 진심이었기에 낭독자의 감정이 울컥 하고 터져나왔던 것이었다. 내가 '좋다' 라고 느꼈던 부분이 한 번 더 있었는데 그 때도 그 문장을 말하고 울컥하셨다. 

결국 '좋다' 는 느낌은 그 분이 진심으로 낭독할 때에만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진심이 전부다. 나머지는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잔재주 같은 것일 뿐, 스킬 좋은 사람은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느낌을 따라올 수 없다. 


글자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도 이러한데 사는 것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목소리 하나로도 진심인지 거짓인지 구분할 수 있는데 온 몸으로 살아내는 우리의 시간도 내가 진심을 다해 살고 있는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그게 사람의 매력이나 향기로 나타난다고 믿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멋있고 운치있는 분들을 보면, 그 세월 진심을 다해 사셨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진심을 다해 살고 있는가 자문해보게 된다.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투명하게 귀기울여 살고 있는지 말이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하면 성공한다 이런 자기계발서들은 잔재주에 불과하다. 물론 잔재주와 스킬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건 진심인 것 같다. 주어진 시간 최선을 다해 존재의 이유를 표현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수업을 마치고 오늘 실전 녹음을 하는 분이 계신다. 지금 이 순간 진심을 다해 목소리를 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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