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브런치북을 완결하려 한다.
도망, 포기를 주제로 글을 쓰자 마음먹었을 때, 부끄러운 옛 일을 들춰내는 것이 자충수를 두는 일은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없던 일로 치고 싶거나,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일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마구 떠들어대는 게 맞는 건가 머뭇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지난 일을 되새기고, 글로 남기는 과정은 나에게 용기를 주고, 새로운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살면서 참 많이도 포기하고, 도망치며 살았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나약하고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았던 때도 있다. 그런 시선과 생각은 온몸에 척 달라붙어 한없이 나를 쪼그라트리고는 했다. 그런다 문득 깨달았다. 도망만 친 것 같은데. 퍽하면 포기해버리고 말았던 것 같은데. 오늘 나는 참 멀쩡하다는 걸.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나아져 있다는 걸 말이다.
많이 포기했다는 건, 그만큼 많이 도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잘하는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 셈이 되었다.
그 많은 도망의 순간 역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나은 내가 되어보려고. 끝까지 안간힘을 썼던 노력의 결과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내가 언제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추게 되었다. 그 생각만으로 무얼 하든, 하지 않든. 주눅 들지 않는다. 나를 결국에는 믿고 있다. 그래서 무얼 할 때마다 나 자신을 힘껏 밀어주려 한다.
그만둬도 괜찮고, 포기해도 문제없고, 중단해도 좋아. 나는 결국, 새 길을 또다시 찾을 거야. 그거 조금 못해도, 나는 언제나 똑같이 나야. 도망이나 포기도 결국 또 하나의 선택일 뿐이지.
라고 스스로에게 늘 말해주며 살고 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어도, 제법 서있을 만한 곳은 늘 나타난다. 혹시 잠시 도망친 곳에 발붙이고 있기 힘들다면, 다시 또 다른 곳으로 도망치면 될 일이다. 그렇게 도망치다 보면. 원래 나는 이만큼만 뛰어보려고 했던 건데, 어느새 넓은 땅을 내 발로 다 밟고 다녔을 수도 있다.
포기하고 도망치는 스스로를 나약하고, 무능하다 나무라지 말고, ‘너 이렇게 도망치다가 달리기 선수되겠다?’라고 생각해 주면 참 좋겠다. 그런 격려와 애틋함만 있어도 뭐라도 또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에필로그-
하얀 캔버스 위에 물감을 짜서 바르다 말고, 자리를 떴다. 어느 날은 또 다른 색 물감을 짜서 발라보다가 그만 두었다.
그걸 몇 차례 했더니.
어느새 한 폭의 그림이 됐다.
이것 또한,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