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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다짐

by 으랏차차 내인생

물기 어린 눈으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집을나섰다. 새벽 다섯 시 반,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간에 집을 나서 성수대교를 향한다. 출근길의 성수대교는 내게 유일하게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로 붐비기 전, 도시가 잠시 숨을 고르는 그 틈에 나는 마음속 짐들을 털어놓는다.

“할 수 있어.”

“씨발.”

어쩌면 헛소리처럼 들릴 이 말들은, 사실 나에게 가장 진심 어린 외침이다.


뛰어내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저 소리칠 수 있는 자유, 들리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나는 숨을 고른다. 새벽녘의 외침은 남들보다 조금 더 격렬한 아침을 살아내기 위한,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다.


걷는 동안 잡생각이 줄어들고, 오늘 하루 해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정리된다. 그렇게 성수대교를 걸으며 나는 지난 1년을 버텨냈다. 2020년, 매일 이 다리를 걸었다.


요즘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지쳐있다. 예전엔 뭐라도 해보려는 용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용기마저 바닥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오늘, 다시 한 번 성수대교 한가운데에서 외쳐본다.


“나는 할 수 있다.”


다시 하루를 버티기 위해. 그렇게 또, 오늘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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