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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분투 Jul 17. 2024

[업계] 책준형 신탁의 공(功)과(過) & 미래

책임준공조건부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신탁)은 2010년대말에서 2022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개발시장 호황기에 부동산신탁사의 영업수익에 크게 기여하였다. '18년 책준형 신탁 수주액은 1천억원에 못 미쳤지만, '21~'22년에는 연평균 약 5천억원을 기록했고, 책준형 신탁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금융그룹 계열 부동산신탁사에서는 영업수익의 30% 가량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PF 시장이 유동성 위기를 맞고 건설사의 재무가 크게 악화되면서 책준형 신탁 수주도 급감하였다. 일례로 KB부동산신탁 책준형 신탁 수주실적은 '22년 각각 543억원에서 '23년 55억원으로 1/10 수준이 되었다. 한편, 책준형 신탁으로 수주한 사업장에서 공사가 지연되면서 신탁사의 자금투입 부담이 커지는 한편 손실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책준형 신탁 사업장은 '23년말 637개소로 PF 대출잔액이 25조원에 달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7개 신탁사(대신, 대토신, 우리, KB, 코람코, 코리아, 한자산)를 대상으로 잡계한 바에 따르면, '23년말 기준 책준형 신탁 사업장의 23%에서 시공사의 책준 약정기한을 넘어섰고, 8%에서는 신탁의 책준기한도 도과하였다. 책임준공을 연대확약한 신탁사에서 신탁계정대 형태로 자금을 선투입하고 일부는 대주단에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고자료] 부동산신탁사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리스크 점검(나이스신용평가, 2024.5.2)

"부동산신탁사, PF 부실사업장 원리금 떠안을수도"(딜사이트, 2024.5.3)

"신규수주 대신 대손충당 증가" KB부동산신탁 신용도 '뚝'(Newstof, 2024.6.19)

이승수號 신한자산신탁, 책준형 관리신탁 리스크 관리 과제(한국금융, 2024.7.2)


최근 신탁사의 책임준공 신용보강 범위를 둘러싸고 대주단과 부동산신탁사 사이에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비즈니스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책임준공 기한을 못 지키면 신탁사가 대출원리금 전체를 배상한다는 책준형 신탁 비즈니스의 근간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단-신탁사 소송전 후폭풍(딜사이트, 2024.5.22)

책임준공 줄이는 신탁사…건설공제 보증 대안될까(이투데이, 2024.5.12)


업계 동향과 별개로 정부도 책준형 신탁을 포함한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책준형 신탁이 신탁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반영되는 방식을 세분화하는 한편, 책준형과 차입형을 합산한 토지신탁 수탁고를 부동산신탁사의 자본 대비 일정 수준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F 채무보증을 자기자본의 100%(PF대출은 30% 이내)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증권사처럼 자기자본에 비례해 영업한도를 설정함으로써 부실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취지이다.  


'24.3월 기준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자기자본은 5.6조원이다. 부동산신탁사의 차입형토지신탁 수탁고(신탁원본)는 26조원, 책준형 신탁 수탁고는 25조원으로, 이를 합산하면 자기자본의 9배를 넘는다. 일부 기사에서 언급하듯, 자기자본의 100% 수준으로 차입형/책준형 신탁의 수탁고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PF잔액 25兆 '책임준공 신탁'…건설 불황에 '약한고리'로 전락(한국경제, 2024.6.23)


예상컨대, 차입형/책준형 신탁의 한도를 설정한다면, 신용위험액 또는 신탁계정대를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탁고에 일정한 손실배상위험비율(ex. 15%)을 곱해 신용위험액을 계산하거나, 차입형 신탁계정대에 책준형 신탁계정대 발생예상액(책준형 수탁고에 일정비율을 곱한)을 합산해 신탁계정대 추정액을 계산하고 이를 자기자본의 일정비율(ex. 100%)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현재 약 9배 수준인 수탁고/자기자본 비율을 반영하여 유사한 수준으로 한도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신뢰 상실, 규제 강화의 파도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지만, 책준형 신탁와 과(過)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준형 신탁은 중소형 건설사가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성장하는 채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책준형 신탁에 참여한 건설사의 시공능력순위를 보면, 50위 이내 업체는 2.4%에 불과하고 50위~200위 사이가 약 35%, 200위 이하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즉, 자체적으로는 금융권에서 PF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형 시공사들이 책준형 신탁을 통해 시공 사업을 수주하여 덩치를 불려온 것이다.  


책준형 신탁이라는 상품의 위축은 부동산신탁사만의 문제는 아니고, 부동산 개발시장의 경쟁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이다.  '22년 국내 건설사의 매출 395조원 중 1군(시공능력순위 1~30위)이 33%, 2~3군(시공능력순위 31~200위)이 20%, 나머지가 47%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책준형 신탁이 위축/소멸되면 작게는 20%에서 많게는 2/3 가량의 건설업체가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또한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 pool이 감소하면 공사단가와 자산매각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책임준공 신용보강 시장에서 부동산신탁사의 상품은 위축/소멸될 수 있지만, 다른 형태의 상품으로 중소형 시공사의 생존경로를 열어줄 필요는 남는다. 정부에서는 건설공제조합을 통해 책임준공 보증상품을 늘리려 하고 있고, 업계에서는 일부 대형 건설사가 중소 건설사의 책임준공에 대해 신용을 보강하는 사례가 나타난 바 있지만, 아직 책준형 신탁을 대체할만큼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벌써 30건 신청된 건설공제조합 책임준공 보증.. 건설사 단비될까(머니투데이, 2024.5.9)

현대건설, 신탁사 텃밭 '책임준공확약시장' 진출..영향은?(딜북뉴스, 2023.9.5)


예상컨대, 단기적으로는 공공금융기관 또는 공제조합의 책임준공 보증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길게는 자본력을 갖춘 민간 금융회사가 부동산신탁사를 대신해 책임준공의 손실을 보증/보험해주는 형태로 책임준공 보증 시장이 전환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책준형 신탁의 위축과 대안상품의 확대 사이에 시차가 길어지는 경우에는 부동산신탁사를 넘어 건설업계에도 영향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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