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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Jun 10. 2024

240310 위성일지

루브르 박물관




 갈라지고, 두꺼운 색 덩어리들이 영원할 것처럼 서있다. 반짝이는 업적들을 보러 온 나는 어두운 색의 양감들을 자연처럼 마주 본다. 작품은 어떤 먼지와 성현들 앞에서 시간을 견뎠을까.

 과거의 흔적을 찾고자 궤도에 오른 나는 인파에 올라타 별들의 일주(日週)를 서서히 시작했다.    

 

 일주로는 궤도가 끝나지 않는 압도적 규모에 주눅이 든 순간에도, 빛나기로 유명세 있는 실물들이 수돗물 마냥 손가락 사이로 줄줄 새고 있었다. 인적 드문 외각에서 출발하여 작품의 은하수를 따라 박물관의 핵까지 중력에 의해 서서히 끌려가고 있었다. 박물관은 작품들의 홍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수많은 입장객의 영혼을 예술로써 지켜주고 있었다.     


 걸린 그림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지구인들. 그들의 행렬은 궤도를 스치며 떠도는 위성처럼 보였다. 인간을 형상화한 조각들 사이를 비추면 네모난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조각들 사이로 유한한 생명들이 무한의 작품들에 말을 걸다 이내 사라진다. 사랑과 배신, 전쟁과 평화, 성화와 민족들... 다양한 군상의 궤적을 통해 자신의 일생을 예측한다. 유랑자의 발자국에도 물감이 남아 미술관을 떠나는 발자국에도 한동안 색채가 묻어있었다.     

 미술관을 나온 나는 오늘의 일지에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ㅡ Musée du Louvre ㅡ

신인류의 문명 아래
조명 꺼진 미명 아래

역사를 품고서 침묵을 지키는
하얀 고요의 해구    

예술품과 시민들이
미시적인 입자들을 주고받고  

또 다른 피사체에 의해
궤적을 멀리서 내려다보았을 때
영구적인 거시적 풍경이 된다  

도시 속 어느 박물관     
시간의 탐험가들은

행성이 되어
오늘도 작품 주위를 끝없이 공전한다   

2024. 3. 10.
지구 사는 까만별



 썰물이 되어 조금씩 사물에서 멀어지는 해 질 녘의 초상들을 바라본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예술은 영구히 빛나지만 타인을 관측할 수 없는 기라성들. 피라미드처럼 빛날 별들을 북극성삼아 표류하듯 자신의 빛을 준비해 간다. 빛을 관찰하는 아직 어두운 존재인 나는 오늘의 해가 져서도 마음의 북극성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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