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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Sep 12. 2024

프롤로그: 평범하기에 특별한 그녀를 위해

& 에필로그: 일기장을 덮으며



# 프롤로그: 평범하기에 특별한 그녀를 위해


 저희 엄마는 평범하게 힘들었습니다. 평범하게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가서 평범하게 많은 자식을 낳고 평범하게 가족을 위해 희생해 왔습니다. 여느 어머니들 같은 당연치 않은 평범함이, 적당히 나이가 든 지금 애달프게 다가옵니다. 이 책은 당시 삶에서 엄마라는 이름의 급류를 타야 했던 당신의 한때를 묶은 것입니다.

그루터기로 홀로 가족의 고향을 지키는 엄마는 영화를 좋아하는 소녀였고,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여자이며, 타인을 배려하는 지혜로운 마을 주민입니다.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온 평범한 그녀가, 흔한 전국의 그녀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어디 평범한 의미로 그치던가요.


 부모님께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큰오빠나 큰언니보다 늦게 태어난 저는 그 당시 존재로서 당신들의 위로가 되어드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막내였기에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서 시작한 집이 다시 두 분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심정을 대리하여 일기를 쓰게 된 기간 동안 저는 제가 집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수 있는 위치임에 감사했습니다. 대리인의 일기가 주인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지 않은 너무도 큰 당신들이 이 책을 완주하게 된 원동력입니다. 마음의 강물로 가슴을 달래온 당신들께 사랑을 전합니다.


 대리인 지구 사는 까만별.








# 에필로그: 일기장을 덮으며


 작가님께 '8학년 국민일기'의 에필로그를 부탁받았을 때 많은 마음이 오갔습니다. 글의 유명세에 아무 이점도 없을 제가 이걸 써도 될까 싶은 마음도 있었고, 제 마음을 많은 사람이 읽을지도 모르는 장소에 남기는 것이 어색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건 이 책의 마무리를 제게 맡겨주어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참 독특합니다. 우선 수필의 서술자와 작가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수필은 문학 중 가장 자유로운 갈래이다만, 서술자가 작가가 아닌 이상 이걸 수필이라 부르는 데는 무리가 있을 거 같습니다. 심지어 이 책은 국민'일기’입니다. 일기는 통상적으로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보통 방해받지 않는 시공간에서 홀로 일기에 담긴 감정과 내용을 간직하곤 합니다. 하지만 8학년 국민일기는 브런치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되어 왔고, 일기의 주인공 또한 당신의 행적이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은 국민'일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 국민학교 졸업생의 역사서입니다. 국민학교만 나온 소녀가 배운 글의 양식은 그리 많지 않기에 그나마 당신께 가장 익숙할 일기의 형태를 띠고 있고, 그 일기조차도 많이 써보지 못했기에 막내딸의 대리를 받아 작성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승정원에서 왕의 일지를 작성하던 왕실 비서를 닮았습니다. 왕의 과거를 듣음으로써 전하에게 기쁨이 되기 위해, 후에 왕이 붕어하고 실록에 사용할 사초를 남기기 위해 작가님께서는 작년부터 쉬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그간 전화를 통해 당신의 기억력을 토대로 상세히 과거들을 증언해 준 서술자와, 사료들을 토대로 주기적으로 글을 작성한 작가님의 수행에 가까운 집필에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아 문외한이나, 역사서들에는 으레 작성된 목적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8학년 국민일기는 문학이니 독자마다 감상이 다르겠으나, 국민일기의 끝에서 저는 이어지는 삶을 봤습니다. 재력이나 명예 없이 소위 평범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일기 속 8학년 2반 할머니는 평범치 않은 마음씨와,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수많은 평범한 할머니와 자식과 손주들로 이루어진 인간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관념처럼 깔려있는 작가님의 인간 찬가를 통해 저는 많은 구원을 받았습니다. 여태 대리인으로서 수고를 다하신 나의 어머니, 감사합니다.


 국민일기를 덮고도 8학년 2반 할머니의 삶은 이어집니다. 수많은 할머니와 어머니와 당신들이 사는 세상에서, 평범하기에 위대하게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2022. 8. 25.

 지구 사는 만별 작가님의 딸이자, 8학년 2반 학교장 손녀딸 올림.








P.s   체력적인 한계로 인해 여태 연재글의 댓글창을 닫아두었습니다. 무뚝뚝한 작가를 따라 30화의 긴 연재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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