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다부지게 얼어붙은 밭
어느 서정적인 날, 괭이가 살얼음을 헤친다.
뭉근히 김이 피어오른다.
헐벗은 나뭇가지에 새순이 움트는
햇살 두툼한 오후.
논둑에 널어놓은 봄내음으로
잠시 숨을 고르는 괭이.
아버지는 막걸리를 한 잔 들이키시고,
무말랭이를 씹으며 뒤안의 묵은 겨울을 오물거리신다.
아쉬운 갈증에 한 잔 더 기울이니
사발 안에는 봄볕이 쏟아져 그새 찰랑거린다.
다시 걸음을 움직이는 괭이.
아지랑이가 밭고랑 사이로 도로 눕고,
고랑과 이랑에 김이 피어오르는 나른한 봄날.
아버지가 햇살 꿰인 괭이를 들고 밭을 행진한다.
우리들의 영웅을 따사로이 감싸는 오후
취기에 더욱 부드러워진 봄 때문인지
영웅의 괭이질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