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곳이 어딘 지 알 수 없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기말고사를 끝내는 4교시 종소리로부터 시작된다. 답안지 걷어서 교실 앞문을 빠져나가는 선생님의 발걸음 소리와, 학생들이 서로의 정답을 맞히며 나오는 탄식과 환호가 내는 웅성거림. 초겨울의 햇살은 서리에 반사되어 이런 소리들을 비추고, 시험의 긴 아쉬움을 느끼기 전에, 짧은 해방을 느끼러 가는 학생들 아래 녹아간다.
시험을 밀어내고 친구들과 함께 교문을 나선다. 버스를 기다릴 때 불어오는 바람마저 등 떠밀듯이 가볍고 따사롭다. 우리와 같은 곳을 향해가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앉아있는 네 바퀴에 올라타고, 별것도 아닌 것에도 깔깔거리는 여유로운 설렘들이 삼삼오오 터져 나오고 있었다. 소리 속에서 어느새 아쉬움이 묻은 시험지 같은 건 우리에게서 훨훨 멀어지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간판이 보인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곳이 어딘 지 알 수 없다. 바깥문을 열고 들어가서, 카운터에서 주문한 신발 사이즈별로 각자 신고 실내문을 열 때까지도 여기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문 사이로 들리는 음악소리만이 이곳을 어렴풋이 추리할 수 있게 도와줄 뿐. 현재보단 미래와 과거가 오묘하게 뒤섞인듯한 그곳. 엉거주춤한 자세로 육중한 문을 연다.
심장이 터질듯한 음악 사이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땅을 가른다.
야무지게 매듭을 묶은 롤러스케이트 위에서 우리도 어설프게나마 음반 위를 난다. 조금씩 새어 나오는 조명이 비행하는 청년들을 조명해준다. 지면을 비행하는 소녀들이 기억하는 공간의 소리들. touch by touch, harlem desire, London nights, bambina, Dancing queen, you're a woman...
끝없이 돌아가는 길을 친구와 손잡고 달리다가 엉덩방아를 찧어도 아픈지도 모를 만큼, 나도 친구도 음악도 지칠 줄도 모르고 달렸다. 이상하게 늘 밝지만은 않았던 내 가벼운 청춘이 매일 이렇게 다쳐도 아프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면...
이런 바람 때문이었는지, 우리의 청춘은 한참 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부서질까 가볍고, 침체할까 무겁던 학창 시절. 마음만 청춘이 된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청춘은 즐거운 것이 아니라 잘 깨지는 유리알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나 싶다. 누구나 꺼버리면 사라질 만큼 약하지만, 나를 아름다운 시절로 보내줄 만큼 투명한 그 시절의 음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