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by 지구 사는 까만별

어느 시골의 신작로. 플라타너스가 나처럼 나른하게 너풀너풀거리는 방학이다.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우리 집을 향해 달려온다. 방학의 권태로 인해 쌓인 먼지가 엔진 소리를 듣고 새로이 비행한다.

우체부 아저씨는 특별한 소리가 나는 엔진을 타고 달리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동네 어귀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나의 반가움도 저 소리에 동승해서 우체부 아저씨와 함께 달렸다. 우체부 아저씨가 수많은 반가움들과 함께 문자 그대로 가가호호 동네를 들렀다. 내 반가움이 동네 마실을 마칠 때쯤, 마침내 우리 집 대문 안으로 우체부 아저씨가 들어오신다. 엔진 소리는 하얀 봉투만 남기고 동네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수신자의 마음을 닮은 하얀색. 하얀 마음 한두 통이면 그날은 나도 모르게 종일 헤죽거렸다.

빼곡히 주소 적은 글씨체만으로도 단박에 누군지 알아맞힐 수 있었던 시절. 차마 아까워 하얀 마음을 잠시 보듬다가 후다닥 뜯어본다. 마음을 뜯으면 마음이 들어있다. 쓸 때의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는 저 메신저를 나는 그렇기에 좋아했다. 좋아하기에 답장을 썼다. 몇 번이나 편지 속의 마음을 곱씹으며 내 마음을 써 내려갔다. 몇 장의 긴 마음도, 한 장의 꽃 수가 놓인 전보도 우표가 붙여진 채로 우체부 아저씨와 달렸다. 달리고 있을 편지의 온도을 알고 있기에, 도착하기까지 며칠이 걸리더라도 나는 오랫동안 우표를 보내고 받았던 게 아니었나 싶다.


카톡!

며칠이 걸리던 우체국 아저씨의 오토바이는, 저 소리로 바뀌어 몇 초 만에 상대방에게 도착한다.

특별한 날이 되면 문자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바로바로 날아오고, 날려 보낼 수 있는 오늘날. 편지지와 봉투를 고르고, 우표값을 내고,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에 모든 걸 의존해야 했던 걸 생각하면, 세상 살기 편해진 건 확실히 맞는 것 같다.


플라타너스 너풀거리는 신작로에서, 휴대폰 들고 다니는 도시로 시간과 배경이 바뀌었어도, 사람들의 마음이 나에게 도착하는 것만은 다행히 바뀌지 않았다.

삶이 주는 권태로 인해 쌓인 먼지가 엔진 소리를 듣고 새로이 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