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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경 Feb 04. 2022

공연 홍보물, 디자인? 효율성? 그것이 문제로다

@ 2016 한국문화재재단 궁중문화축전_축제 홍보기획


홍보기획자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공연 홍보물을 제작하다 보면 나오는 결과물들이 모두 제 자식처럼 느껴지곤 한다. 공을 들인 만큼 그런 마음은 더 커지게 되는 법. 어떻게 하면 예쁘게 만들까? 관객들이 가져가고 싶게 만들까? 고민하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즉, 효율성보다는 디자인적인 측면을 더 고려한 것이다. 일단 눈에 띄어야 홍보내용도 보지 않겠냐는 것이 당시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생각의 관점을 바뀌게 한 계기가 있었는데 어느 프로젝트를 하면서 벽면 현수막(옥외홍보물)을 제작할 때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디자인 중심으로 예쁘게 홍보물을 제작해 설치했다. 그런데 윗선에서 오더가 떨어졌다. 멀리서 보면 잘 안 보이니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키워 다시 설치하라고. 다른 일도 바빠 죽겠는데 저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하고 생각을 했고 속으론 예쁘기만 한데라고 투덜거렸지만, 결국 디자인을 수정하고 다시 설치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나서 보니 웬걸. 정말 내 의견이 무색할 만큼 옥외홍보물이 건너편 멀리서 봐도 큼지막하게 잘 보였다. 윗선의 지시가 맘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던 터라 약간의 반발심이 있었고,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커지면 예쁘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때만큼은 윗선의 오더가 정확했다.


나름 경험이 많은 홍보기획자라고 자부하며 내가 더 맞는 판단을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이 오만함을 키워왔는데 그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홍보물을 제작할 때는 홍보 채널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옥외홍보물은 최대한 잘 보일 수 있도록 간결하게 디자인하고 설치하는 것이 맞다. 미적인 측면이 당연히 충족되어야 하지만 그보다는 효율성이 더 먼저다. 그게 옥외홍보물을 제작 설치하는 목적이다. 홍보내용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는 것. 그걸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목적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 2019 전주마당창극 '진짜 진짜 옹고집'_제작공연 홍보마케팅


지난해 공연 가로등 배너(옥외홍보물)를 제작할 때의 일이다. 가로등 배너는 보통 공연의 기본 포스터를 바리에이션해서 디자인을 한다. 애초에 나는 포스터 콘셉트를 잡을 때 출연진 사진이 들어가는 디자인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획팀에서는 그렇게 하기를 원했고 어쩔 수 없이 사진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포스터를 컨펌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사진으로 인해 촌스러워질 수 있음을 염려했는데 디자인은 생각보다 모던하게 잘 나왔다. 문제는 가로등 배너를 제작할 때였다. 기획 담당자는 포스터에 나온 8명의 메인 출연진을 가로등 배너에 그대로 넣어달라고 했고, 사진의 비율이 똑같이 커져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 아뿔싸. 그렇게 되면 공연의 타이틀, 일시, 장소 모든 것들이 작아져야 해서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무엇을 홍보하는지 모르는 홍보물이 될 게 뻔했다.


가로등 배너는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걸으며 지나갈 때 스쳐 지나면서 보는 홍보물이기 때문에 가장 홍보해야 하는 한 부분을 명확히 눈에 띄게 해주는 것이 맞는데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가 버리면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부분을 피력해 사진을 줄이는 것으로 협의를 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효율성 면에서는 현저히 떨어지는 홍보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공연 홍보를 할 때 출연진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은 경우들도 있다. 출연진들이 혹시라도 섭섭해 할 것을 우려해 미리 챙겨서 넣어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홍보 채널의 특성에 상관없이, 경중 없이 홍보물을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 부분을 놓치는 홍보기획자들이 많은 것 같지만 말이다. 사실 나도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 2015 뮤지컬 '춘향'_제작공연 홍보마케팅
@ 2016 수림문화재단 북촌뮤직페스티벌_축제 홍보기획


홍보물을 제작할 때는 관객들의 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일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시선을 효과적으로 사로잡을  있을지,  어떻게 해야 호응을 얻어내고  많이 확산시킬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을 전달할  있을지,  전달해야 하는 내용이 무엇일지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많은 정보들  적절히 취사선택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활용해 홍보채널들을 효율적으로 가동시키는 것이 홍보기획자가 하는 일이다.


공연예술을 포함해 문화예술은 우리의 삶에서 의식주만큼이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선택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공연예술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쉽지는 않다. 특히나 지역에서는 더더욱. BTS  정도면 힘을 들이지 않아도 금세 입소문이 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뿐더러 지역의 공연예술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니 홍보 효과 역시 그저 그런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다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홍보기획자로서 홍보를  하는 방법을 강구 혹은 조언해 보자면 공연 홍보의 목적, 홍보하기 위해 이용되는 수단인 홍보 채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특성에 맞게,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홍보 효과를 조금  높일  있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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