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하세요? 그럼 돈에 쪼들립니다.
언젠가 우주를 설명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망연자실했다.
-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별자리를 다른 행성에서 보면 찾을 수 없다. 사실은 7개의 별이 우주 공간에서 멀찍이 흩어져있어서, 지구에서 보았을 때만 그런 모양으로 보일 뿐이다.
지식을 얻어 기뻐해야 했지만, 나 자신을 책망했다.
저 하늘의 별이 입체적인 우주 공간에 산재해 있다고, 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지?
내가 본 밤하늘에 대한 생각은, 우주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야광별 스티커를 붙인 방 천장이라고 생각한 고대 원시인의 시각 그대로였다.
내가 만약 중세 유럽 교황으로 태어났다면, 지구가 돈다는 갈릴레오를 틀림없이 화형에 처했을 것이다.
계절마다 그림자 길이가 다르고 태양의 고도가 왜 다른지, 무거운 얼음이 왜 표면에 뜨는지, 난 왜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길이 100m가 넘는 나무가 근육도 없으면서 어떻게 중력을 거스르며 뿌리의 물을 빨아올리는지, 피부에 상처가 나면 원상태로 치유되지만 팔이 잘리면 왜 도마뱀 꼬리처럼 복구가 안 되는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21세기에도 과학자들은 여전히 연구 중이라고 한다.
기계처럼 외운 지식이 대체 내 머릿속을 얼마나 채우고 있을까?
답은 몰라도 당연히 의문은 가져야 하지 않은가.
이렇게 지식을 암기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다니 참으로 민망하다.
최근 내 무지를 확인하고 분개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 성실, 근면하게 일해서 번 돈을 은행에 차곡차곡 저축해야 부자가 된다.
이 명제에 아무 거부감도 없었다. 그리고 그리 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오르는 전세,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5km 옆 동네는 아파트는 2년 동안 5억이 올라 10억을 넘어갔다.
도저히 저축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돈을 버는 사람은 벌었다. 누군가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젊은 나이에 수십억 자산가나 건물주가 된 사람들, 그리고 한 외국의 재벌 강사의 충고는 놀랍게도 일치했다.
“아직도 돈을 은행에 저축하세요? 그러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평생 돈에 쪼들립니다.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현물의 가치는 계속 높아지니까요. 가난하게 살려면 은행에 돈을 저축하세요. 부자로 살려면 가치에 투자하세요.”
돈은 은행에서 계속 찍혀 나오는데, 부동산과 현물은 한정이 있다. 원자재, 원유은 대체제가 없는 한 계속 오른다. 그래서 물가가 오른다.
비트 코인은 수량이 정해져 있어 계속 오르지 않던가.
돈을 현물 자산이나 현물과 비례하는 가치물로 바꿔야 최소한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10년 전 1만 원과 지금의 1만 원은 가치가 절반으로 줄었다.
부동산은 더하다. 당시 2억이 지금은 10억이 되어있다.
돈의 가치 하락은 어느 특정 시대의 특정 현상이 아니라, 화폐 시대에 한 번도 어김이 없는 법칙이다.
난 왜 이런 엄연한 현실을 매일 겪고도 돈과 현물의 관계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열심히 일해 월급 모으면 집 사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것이라는 교과서를 왜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그리고는 교육 탓, 정책 탓, 물가 탓만 하지 않았던가... 똥 멍청이!
회의(懷疑:철학 용어로, 인식의 확실성을 부인하고 진리의 절대성을 의심함) 없이 달달한 음료수처럼 지식을 벌컥벌컥 들이켠 대가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내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은 내 탓’이란 말에 동감한다. 위선적인 위정자들처럼 개발 정책을 미리 빼돌린 투기나 내부정보, 이권 뇌물 같은 비리, 범죄들까지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물가, 즉 가격과 현물의 이치를 고민해보지 못한 나를 탓하는 것이다.
오늘 밤도 내 눈엔 밤하늘 천장에 별이 박혀있다.
언제나 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이 나게 보일 까나?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자가 가장 많이 아는 자다.’
이 말처럼 오랫동안 절감하는 문구도 없다.
그러나... 아는 걸 내세워야 출세하는 게 현대 지식 사회인데, 어찌해야 하는가?
---<어느 비트코인 성공 투자자 인터뷰 요약>
' 주식에 장기투자하라'란 책을 보면, 200년 동안 미국 달러와 금, 채권, 주식 등의 가치 변화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다. 200년 전의 1달러는 95%가 쪼그라들어 오늘날 5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금은 4배, 단기채는 281배, 장기채는 1700여배 늘었고, 주식은 70만배 증가했다.
현금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지구에 서있으면 평평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면이어서 갈수록 계속 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일 같이 지켜보면 증시의 위험이 커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니다. 코카콜라가 상장된 것이 1919년인데, 연평균 15%씩 100년 동안 171만배 성장했다. 이런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행과 증시 가운데 어느 쪽이 위험한가? 99.9999%는 증시가 위험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증시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
우리 사회는 중요한 투자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매우 아쉬운 일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대해 세상은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23578.html#csidx52cf2bcdb72892ca9aacfbcc3d3e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