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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행복독립

최여름의 아침 산책 with 얀

얀이(중3)

by 최여름

엄마의 여름방학 서비스로 아침에 얀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준다. 혼자서 충분히 버스 타고 다니는 길이지만 그래도 굳이 데려다준다. 날씨가 너무 덥잖아.

"엄마, 어제 우리 반 애가 천 원짜리 우쿨렐레를 들고 왔어요."

"그래?"

"근데 그게 튜닝이 돼요."

"오~"

"근데 또 10초 만에 튜닝이 풀려요. 비행기를 연주하면요, 딩디딩디~ 결국 선생님한테 뺏겼어요. ㅎㅎ"

"맞나? ㅎㅎ"

차 안에서 열심히 휴대폰에 빠져 있는 얀이,

"얀아, 티비 보면 대부분 엄마가 운전하면 애가 옆에서 단어장 같은 거 막 보고 있던데?"

"조용히 하세요."

"네."

...

"근데 너 이렇게 아침 일찍 가서 뭐 해?"

"폰 해요."

"바람직하군."

우린 이런 시답잖은 대화를 하거나, 별 대화 없이 가거나, 내려서 걸어가는 아들에게 "어이, 잘 생겼다!" 큰 소리로 외치며 손발 오그라드는 장난을 치거나 그렇게 등굣길을 함께 한다. 충분히 혼자 갈 수 있는 아이를 달콤한 늦잠 포기하고 이렇게 데려다주는 이유는 단 하나, 영원할 것 같은 이런 일상이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중학교 1학년 입학할 때의 모습에 머물러 있는데 아이는 벌써 중3,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 올라가면 아이는 더 바빠질 것이고 어느 날은 내 곁을 떠나 독립하게 될 것이다. 세월의 속도감을 알게 되면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그렇게 애틋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것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를 내려다 주고 바로 앞 편의점에서 모닝커피와 샌드위치를 사서 아침을 해결한다. 집으로 바로 가는 대신 어제부터 내가 만든 루틴이다. 비슷한 시간대에는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매일 아침 같은 모습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태워 보내는 엄마도 있고 여러 번 봐서 벌써 눈에 익은 학생들도 보인다. 얀이처럼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를 사서 먹으면서 등교한다. 오늘 아침은 친구랑 과자 한 봉지를 산 여학생이 뜯기도 전에 "벌써 맛있다" 하며 즐겁게 가는 모습을 보았다. 예쁘다, 아이들은. 어느덧 등교시간이 다 지나 헐레벌떡 뛰어가는 아이를 보면 괜히 내 마음도 안타까워진다. 더 이상 등교하는 아이가 없을 때쯤 나도 그만 일어나서 편의점을 나간다.


얀이 학교 앞 편의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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