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을 하면 참말이다
거짓말을 너무 싫어하는 엔지니어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거짓말을 듣기 싫어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하는 거짓말은 거짓말인 줄 알겠는데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거짓말인지 어떻게 알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하면 도저히 거짓말인지 알기 어렵다.
“안 되겠다. 내가 거짓말 탐지기를 만들어야겠다.”
엔지니어는 온갖 자료를 참고로 해서 거짓말 탐지기를 개발했다.
거짓말이라고 판정되면 “삐이”하는 음이 들린다.
마침내 거짓말 탐지기 개발이 끝나고 엔지니어는 성능을 확인하려고 마을로 나갔다. 탐지기를 아주 작게 만들었기 때문에 주머니에 들어가는 정도다. 엔지니어는 탐지기에 잭을 연결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음악을 듣는 모습이다.
엔지니어는 마을을 지나 상점가로 향했다. 조금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친구를 만났다. 엔지니어는 친구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야아, 오랜만이네. 돈 있으면 좀 빌려줄래?”
친구는 잠시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돈 없어”라고 답했다.
이 순간, 거짓말 탐지기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다음에 만나서 술이나 한잔하지.”
친구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거짓말 탐지기에서는 “삐이”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친구와 헤어져서 대로변으로 나갔다.
길가에 유세차를 세워놓고 정치가가 연설을 하고 있다. 정치가는 한 손에 마이크를 잡고 다른 손을 허공에 흔들면서 정열적으로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습니다. 이 한 몸, 국가를 위해서 바치겠습니다.”
거짓말 탐지기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정치가를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마침 유치원 아이들이 소풍을 나왔다. 엔지니어는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아이들도 엔지니어에게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어?”
아이들은 합창하듯이 대답했다.
“네, 잘 들어요.”
거짓말 탐지기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하루 종일 거리를 거닐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는 계속해서 “삐이” 소리를 냈다. 모두 거짓말이라고 판정했다.
엔지니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 커플이 데이트를 하고 있다.
“데이트하면서 거짓말을 할까?”
엔지니어는 기대감을 가지고 연인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남성이 여성 손을 잡고 “사랑해”라고 말하자 거짓말 탐지기는 “삐이” 소리를 냈다.
여성이 “피곤해”라고 말하자 “삐이”소리가 났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아아, 정말 맛있다”라고 말하자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연구실로 돌아와 침묵에 잠겼다. 그동안 거짓말 탐지기를 개발한다고 수고한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거짓말을 탐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거짓말을 탐지한다는 행위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엔지니어는 며칠 동안 고민하였다. 그리고 다른 목표를 찾았다.
“그렇다, 참말 탐지기를 개발하자.”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만 누군가는 참말을 하겠지.
참말을 찾아야 한다.
엔지니어는 온갖 자료를 찾아가며 참말 탐지기를 개발했다. 참말 탐지기는 거짓말 탐지기보다 개발하기 더 어려웠다. 10년 후, 마침내 개발에 성공하고 엔지니어를 참말 탐지기 성능을 테스트하러 아침 일찍 마을로 나갔다. 엔지니어는 마을을 지나 상점가로 향했다. 조금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친구를 만났다. 엔지니어는 친구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야아, 오랜만이네. 돈 있으면 좀 빌려줄래?”
친구는 잠시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돈 없어”라고 답했다.
이 순간, 참말 탐지기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다음에 만나서 술이나 한잔하지.”
친구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참말 탐지기에서는 “삐이”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친구와 헤어져서 대로변으로 나갔다.
길가에 유세차를 세워놓고 정치가가 연설을 하고 있다. 정치가는 한 손에 마이크를 잡고 다른 손을 허공에 흔들면서 정열적으로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습니다. 이 한 몸, 국가를 위해서 바치겠습니다.”
참말 탐지기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정치가를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마침 유치원 아이들이 소풍을 나왔다. 엔지니어는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아이들도 엔지니어에게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어?”
아이들은 합창하듯이 대답했다.
“네, 잘 들어요.”
참말 탐지기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하루 종일 거리를 거닐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참말 탐지기는 계속해서 “삐이” 소리를 냈다. 모두 참말이라고 판정했다.
엔지니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 커플이 데이트를 하고 있다.
“데이트하면서 참말을 할까?”
엔지니어는 기대감을 가지고 연인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남성이 여성 손을 잡고 “사랑해”라고 말하자 참말 탐지기는 “삐이” 소리를 냈다.
여성이 “피곤해”라고 말하자 “삐이”소리가 났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아아, 정말 맛있다.”라고 말하자 “삐이”하는 소리가 났다.
엔지니어는 감동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내가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세상이 좋게 변했구나.”
엔지니어는 흡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기분이 좋으니까 와인을 한잔 마셔야겠다.”
엔지니어는 와인을 한 잔 따라 마셨다.
“세상이 좋게 변했으니까 이제 뭘 개발할까?”
엔지니어는 궁리했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때는 좀 쉬는 게 좋지. 내일은 공원에 피크닉을 가야겠다.”
엔지니어는 내일 날씨를 들으려고 라디오를 켰다.
아나운서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일기예보를 말했다.
“내일 4월 2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습니다. 이상으로 만우절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
그 순간 참말 탐지기에서 소리가 났다.
“삐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