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속이지 못한 게 아쉬웠을거야.
너의 그 추악하고 더러운 행동을 확인하려고 모든 준비를 마친 순간,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기 전처럼 두려움이 밀려오더라.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1%정도는 있었고.
결국 그 상자를 열었을 때, 내가 마주한 것은 네가 숨겨온 거짓과 위선,그리고 나를 향한 배신이었음을. 그 순간 난 더 이상 흔들릴 이유도, 머뭇거릴 이유도 없음을 분명하게 깨달았어.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던 너를 향해,
“결국 이거였냐! 참 대단하다. 끝내자.”는 말과 함께 그 년의 이름을 던지며 말했어.
그런 상황도 시뮬레이션 해봤는지 넌 크게 동요하지않고 뭘 가지고 그러냐고 묻더라. 미안하고 잘못을 비는 것이 아니라 뭘 가지고 따지는지가 중요한거냐? 차고 넘치는 거짓말로 또 어떻게 해 볼 셈이었나?
“지금 그게 중요한거냐고? 그런 행동을 한 게 중요한거지! 얼마나 재미있었냐? 아주 도파민이 팡팡 터졌겠어. 우울증도 그래서 걸렸나보네. 이쪽 저쪽 다른 텐션으로 행동하려니 제정신일 수가 없었겠지.“
늘 네 앞에서 말할 때 난 주눅이 들어있거나, 눈물부터 나왔는데 이상하게 말이 논리정연하게 쏟아지더라.
아들이 있으니 차에 가서 이야기하자던 너.
지난 겨울에 형들이랑 술마시다가 형들이 부른 여자 중이 한 명이었다나뭐라나. 끝내려고 했다는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그 여자의 많은 남자 중에 한 명이었을거라는 진짜 미친 개소리를 지껄이던 너.
더이상 듣기도 싫었고,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앉아있던자리에 그 년이 앉아서 노닥거렸을 생각에 화가 치밀어올라 차에서 얼른 내려버렸지. 옆좌석이 항상 뒤로 왜 젖혀져있었나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겠더라.
집으로 올라와서 나한테 계속 뭔가를 말하려고 하던 너. 듣는 척도 안하니까 왜 말을 들어보지도 않으려고 하냐고 하면서 또 나를 탓하듯 말하는 너를 향해 이렇게 말했어.
“내가 무슨 말을 들어야 되는데! 내가 그럼 말도 안되는 네 말을 듣고, 아~ 그랬구나. 다시는 그러지 말아줘. 뭐 이렇게라도 해야되는거냐!“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와서 내 등에 손을 대려고 하길래
“만지지마! 더러우니까! 너 때문에 우는 거 아니야. 나 때문에 나오는 눈물이니까 신경쓰지마.”
라고 단호히 널 차단했어.
이도저도 안된다 느꼈는지 넌 갑자기 또 미친 놈처럼 화를 내더니 선풍기를 부시더라. 그러고는 베란다 문을열고 죽어버린다고 소리치며 쌩쇼를 하더라. 예전같았으면 그런 너를 붙잡고 그러지말라고, 울면서 매달렸겠지, 그걸 생각하고 또 쇼를 했을텐데, 어쩌냐 이제는 내가 철저히 이성적이어서 네가 부수고 협박해도 내 마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더라.
쇼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내가 말했지.
“물건을 부셔도 내가 부셔야 맞고, 소리를 질러도 내가 질러야되는 상황이야!“
맞는 말을 하니까 아무 대꾸도 못하고 짐을 싸고 나가겠다고 하면서 짐을 싸더라. 나랑 아들 편하게 나가주겠다면서. 결국 그 말도 거짓말이었지만.
난 많이 놀랜 아들을 달래고, 친정으로 짐을 싸서 나왔고, 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걱정되서 집으로 다시 왔다며 문자를 했더라. 갈 데가 없었겠지. 그래서 들어와놓고 아들 핑계를 댄 거겠지.
그 날 너의 모습 어디에서도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찾아볼 수 없었어. 넌 그저 들켰다는 사실이 분하고 아쉬웠을거야. 세상을 다시 사는 것처럼 아주 행복한 나날들을 잘 보내고 있었는데 말이지. 세상 물정모르고, 너밖에 모른던 내가 그 사실을 눈치챌리 없다고 믿고 있었을거야. 그러니 얼마나 스스로 쪽팔렸을까?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거였어.
네가 사람이었다면.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한 마디라도 먼저 했어야지.
너라는 사람에 대한 모든 신뢰와 기대가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으니까. 이게 너의 본 모습이었던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