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날들

그럼에도 난 오늘을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이겨내고 있다.

by 미소

괜찮아.

괜찮아질거야.


그동안 살면서 한번도 내 삶의 문장 안에 넣어본 적 없던 ‘이혼’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된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이 말을 자주 건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들도 위로의 말로 해 줄 법한 말이지만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쉽게 이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남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말뿐인 위로를 건네지 못했을 것이다. ‘괜찮아’라는 세 글자로는 내게 닥친 현실을 가볍게 만들 수 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


정말로 쉽게 말할 수 없는 무게였고, 섣불리 덜어낼 수 없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매일 마주하는 나의 마음에게는 주문처럼 말해주고 있다.


“괜찮아질거야!”


모든 걸 알아버린 그 날 이후, 내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었다. 그 때는 모든 게 무너졌다고 여겼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이 마음 한가득 번져있었다.


내가 믿어왔던 시간들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붙잡고 있던 기준이 옳았던건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온 건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를 의심했었고, 어떻게 해야할 지 잠시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덧 4개월이 흐른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야 나답게 사는 삶으로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혹, 변한 것이 아니라 돌아오고 있었는지도.


아직 완전히 제자리에 선 것은 아니기에 ‘괜찮아졌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괜찮아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밤마다 잠이 오질 않아 의지하듯 먹던 약의 용량도 줄었고, 이제는 약을 먹지 않고도 푹 잠드는 날들이 늘어났다. 뒤척임으로 가득하던 시간이 잦아들고 있는 것이다.


또, ‘이혼’이라는 단어처럼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고, 어쩌면 평생 들어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던 ‘저체중’이라는 단어가 한 동안 내 곁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지금은 억지로 삼키던 끼니가 다시 일상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웃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괜찮지않았던 나의 몸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를 다시 품어 주고 있다.


빠르게 좋아지지는 않아도 분명 어제보다는 오늘이,

지난 날보다는 지금이 더 나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이제는 누군가가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도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위로가 아니라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담긴 말임을 알기에.


조금씩,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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