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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없이 사라진 중대장

여자친구랑 헤어졌대

by 디어리사

일주일이 흘렀다. A중대장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갑자기 전부 사라졌다. 빠르게 타올랐던 사랑이 너무 쉽게 저버린 것이었을까.


하지만 연인 사이에서 다투고 홧김에 프로필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 별 대수였던가.




다음날, 아침 회의를 위해 각 중대장과 참모가 자리에 앉았다.


웬걸, A중대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행정보급관(이하 ‘행보관’, 각 부대의 보급과 관련된 문제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중대장 공석 시 행보관이 중대장의 업무를 대리한다)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 중대장은 급하게 휴가를 사용했습니다. 오늘을 제가 대리 참석하겠습니다.”


20대 후반의 사랑싸움이 그렇게도 머리가 아픈 일이어서 휴가를 내야 할 정도였던가?


아니면 그 나이를 먹고도 이별은 어쩔 수 없이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라 모든 일을 제쳐두고 집에 처박혀 눈물이나 흘려야 했던가?


솔직히 좀 우스웠다. 겨우 한 달짜리 사랑이 뭐 그리도 대단한 사랑이었길래 일까지 못 나온다는 것인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A중대장에 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더 솔직하게는, 그것이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A중대장은 갑작스러운 휴가 이후 부대에 다시 출근하기까지 3일이 걸렸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대대장과의 점심 식사 자리. A중대장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한다.


어른의 연애는 3일 정도 울면 치유되는 것이었던가?


그런데 한 가지 이상했던 건 이별의 아픔을 겪은 혹은 아직 겪고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도 너무 밝아 보였다는 것이었다.


정말 여자친구와 헤어진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태연하고 오히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사람처럼 되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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