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 ― 감사의 호흡

“감사란, 미움이 지나간 자리에 향기가 남는 것이다.”

by 차가운무스탕

어느 순간부터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나를 가장 병들게 했던 건 환경도, 일도, 사람이 아니라 **‘미움’**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오로지 버티는 법만 배웠다.
지치면 더 달렸고, 상처받으면 더 완벽해지려 했다.
하지만 미움은 조용히 내 안에서 자라났다.
그건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었지만, 결국 나를 갉아먹었다.
마치 독을 삼키고 상대가 쓰러지길 기다리는 어리석은 행위처럼.


나는 그 마음을 네 해 동안 품고 살았다.
그 사이에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호흡은 짧아졌다.
입이 마르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밤마다 불안이 엄습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그리고 스스로의 관찰을 통해 알게 되었다.
미움이야말로 자율신경을 가장 교란시키는 감정이라는 것을.


미움은 교감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몸은 위험에 노출된 것처럼 긴장한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근육은 수축하고, 침은 마른다.
그리고 그 긴장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움은 상대가 아닌 내 기억 속의 허상과 싸우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4년이 걸렸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이 미움의 방향을 바꾸면 어떨까.
상대를 향하던 화살을 내려놓으면, 나의 몸은 어떻게 될까.’


그날 나는 처음으로 미움을 호흡으로 바꾸는 연습을 했다.
숨을 들이마시며 미움을 인식하고,
내쉬며 그것을 흘려보냈다.
“이 감정은 나를 지키려던 몸의 반응일 뿐이야.”
그 문장을 되뇌자, 가슴의 압박이 조금 느슨해졌다.


나는 여전히 완전히 용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움을 ‘내 몸의 피로’로 인식하게 되자,
그 감정은 더 이상 폭력적이지 않았다.
그저 한때의 반응, 지나가는 파도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감사의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엔 심호흡을 하며 “오늘 숨을 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진료 전엔 손을 씻으며 “오늘의 손이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잠들기 전엔 창문을 열고 “오늘 하루를 버텨준 내 몸에 감사합니다.”
감사는 향기보다 강력한 신경 안정제였다.


향기로 말하자면, 그 시기의 나는 프랑킨센스(Frankincense) 를 자주 썼다.
라벤더가 불안을 달래고, 베르가못이 공포를 덜어주었다면,
프랑킨센스는 나를 ‘현재’로 데려왔다.
그 향은 깊고 묵직했다.
숨을 들이마시면 이마와 가슴 사이를 맴돌며,
복잡했던 생각들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 향을 맡으며 나는 깨달았다.
“감사는 나를 작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단단하게 만든다.”


이제 나는 미움을 다르게 본다.
미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방향을 잃었을 뿐이다.
그 에너지를 돌려, 감사로 바꾸면 된다.
감사는 교감신경의 불꽃을 끄는 부교감신경의 물결이다.
나는 그 물결 위에서 처음으로 안도의 호흡을 배웠다.


가끔 그때의 환경, 그 사람들, 그 말을 떠올린다.
이제는 심장이 뛰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숨이 길어진다.
그건 내가 미움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미움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운 것이다.


나는 이제 안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마다 내 몸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그리고 미움을 내려놓을 때마다 내 호흡이 얼마나 부드러워지는지를.

그 깨달음 이후, 내 일기장의 마지막 문장은 늘 같다.

“오늘도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은 하루였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회복 중이다.”


향기를 맡으며 마지막 숨을 내쉴 때,
나는 마음속으로 작게 속삭인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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