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리 Dec 23. 2023

네가 무슨 수로 번역을 해?

제1장 번역하게 될 줄 몰랐어


약 2년간의 인도네시아 봉사활동은 내 인생을 뒤바꿀 정도로 엄청난 경험이었다. 한국어교육 단원으로 활동했지만, 파견 전에 실질적으로 한국어교육 분야에 종사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같은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도네시아어로 새롭게 경력을 쌓아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내 선택에 우려를 드러냈다. 서른 살에 (어쩌면 무모하게) 맨땅에 헤딩하려는 나를 말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걱정처럼 국내에는 이미 인도네시아어 학과를 졸업한 전공자도 있었고, 교민 출신의 통∙번역사도 많았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 사이에서 비전공자인 내가 과연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에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물론 그 우려의 당사자인 나도 정말 내가 잘할 수 있을지에 확신이 없었다. 나 역시 매일 고민했다. 


지도를 안 보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던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했던 봉사활동, 예상치 못하게 재미를 붙였던 현지어 공부, 길어 봤자 2년밖에 안 되는 인도네시아어 경험. 


하지만 단원 시절 내내 나는 인도네시아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실제 단원들을 대상으로 치러졌던 현지어 시험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 경험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고, 인도네시아어 분야로 경력을 바꾸는 중대한 선택을 하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시간과 선택의 순간조차도 모두 즐거웠다. 


봉사활동을 하기 전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일 자체가 좋다고 느꼈던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어를 선택함에 보수나 업무 환경보다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첫 시작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도 나는 인도네시아어를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진심을 다했지만, 지나버린 과거에 괜히 미련이 남을 때. 팔을 들고 어깨를 흔들자. 난 괴로울 땐 춤을 춰.




이전 05화 Lost in Borneo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