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Honey)"은 향기로운 꽃송이가 햇살을 받아, 부끄러움에 살며시 뿜어낸 단 이슬이다. 꿀벌이 바쁘게 날아다니며 꿀 주머니에 가득 담아와, 육각형 밀랍에 버무려 빚어낸 섬세하고 단아한 예술작품이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작은 유리병에 담긴 꿀은, 수많은 꽃의 열정과 꿀벌의 노고가 담긴 대자연의 고귀한 선물이다. 식물계에서 동물계로 연결된 생명의 징검다리를 건너온 신비한 맛의 아름다움이다.
햇빛에 투영된 영롱한 황금빛과 잔잔한 호박색 빛깔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꿀은 단맛을 초월해 겹겹이 쌓여있는 꽃잎 속 몽환에 잠기게 한다. 달콤한 미각의 문을 열고 잔잔한 여운이 가슴에 스며든다.
*1g의 꽃꿀을 모으려고 일벌 한 마리가 평균 20번 비행을 하며 8,000 송이의 꽃을 찾는다. 1kg의 꿀을 저장하려면 일벌들이 지구 한 바퀴 거리인 4만 km를 날아다녀야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꿀을 신성한 음식으로 여겨서 제사 의식에 사용했다. 이집트 벽화와 파피루스 문서에는 야생 벌꿀을 채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 신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꿀이 등장한다. 히포크라테스 같은 의사들은 벌꿀을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데사용하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꿀이 중요한 식재료였으며 약재로도 활용되었다. 당시에는 설탕이 아주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오히려 꿀이 더 대중적인 감미료 역할을 했다. 꿀을 발효시켜 '미드(mead)'라는 꿀술을 만들어 마셨다.
결혼 후 첫 번째 달을 "허니문(Honey moon)"으로 부르며, 이 꿀술을 마시면 자손이 번성하고 결혼 생활이 풍요로워진다고 믿었다.
한국에서도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꿀에 관한 다양한 역사 기록과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삼국유사', '고려사, '동의보감'에 꿀이 음식과 다과, 약용으로 사용했던 기록들이 있다.
19세기 이후에 세계적으로 양봉업이 발전하면서 꿀 생산량이 증가하였다. 현대에는 꿀이 설탕을 대체하는 천연 감미료로 인기가 있으며, 건강식품이나 다이어트에도 이용하고 있다.
스페인의 동굴 벽화에서 발견한 최초의 신석기시대 '꿀 사냥' 장면 @miel-factory
꿀은 당분(약 80%)이 주성분으로 대부분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약 17~20%가 수분이며 기타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항산화 물질로 플라보노이드와 페놀산 등이 포함되어 있어 면역 강화와 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 그리고, 아밀라아제, 인버타아제 등 벌에서 유래된 효소가 있어 소화작용을 돕는다.
꿀은 보존성이 강하여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 밀봉해서 어둡고 서늘한 곳 보관해야 한다. 냉장 보관하면 하얀 결정이 생기기 쉽다. 꿀이 결정화되는 것은 꿀 성분 중 포도당이 온도 변화에 의해 고체화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품질에는 영향이 없다. 따뜻한 물에 담가두면 결정이 다시 녹는다.
꿀의 단맛은 단순하지 않다. 꽃이 품었던 향기와 자연과 마주한 시간이 어우러져 우리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다. 단순히 혀에 남는 단맛이 아니라, 가슴속에 남는 자연의 잔잔한 파문이다.
꿀은 일반 식품을 넘어서 우리에게 생명과 삶의 미학을 일깨운다. 고달프게 달려가는 생활 속에서 꿀은 그 독특한 맛을 통해 우리에게 잠깐의 휴식을 선사한다.
달콤한 꿀 방울은 우리가 대자연과 함께 있다는 위안을 주고,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자연계의 오묘함을 일깨워준다. 꿀로 맛을 보는 시간에 우리 삶의 뒤에 숨겨진 섬세한 자연의 수고와 그 아름다움을 음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