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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Apr 07. 2023

벚꽃의 성지, 군산 '은파호수공원' 과 부안 '내소사'

벚꽃 축제와 수변 공원, 커다란 고목과 한적함까지 모든 것을 한번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봄꽃, '벚꽃'


중부 지방 기준으로 벚꽃이 피는 4월 초가 되면 전국에 벚꽃을 즐기기 위한 인파들이 넘쳐 납니다. 전국에 벚꽃 축제가 2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말 다했죠.


그 이유는 벚꽃의 개화 시기가 본격적인 봄철의 시작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낮 최고 온도가 10℃를 넘어 약 12℃ 쯤 되면 벚꽃이 개화하고, 15~16℃ 를 넘어가게 되면 만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략 아침 기온이 확연히 영상으로 올라올 때쯤 개화해서, 낮 기온이 따뜻하여 야외 활동에 춥다고 느끼지 않을 때가 되면 만개하는 셈입니다. '이제 좀 나가볼까' 할 때쯤 기가 막히게도 그 흥을 돋워주는 게 벚꽃이라는 것이죠.


또 (주로 왕벚나무) 벚나무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묘목 가격도 싼 데다가, ▲자생력이 좋고 공해에 강하여 가로수로 적합하고, ▲빠르면 3년 정도 만에 큰 나무로 키울 수 있는 속성수이면서, ▲관광 효과까지 있기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심은 것도 벚꽃이 넘쳐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전국에 새로운 벚꽃길과 벚꽃축제가 생겨나고 있죠.


물론 이러한 벚꽃놀이가 벚꽃이 국화인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소위 '무릉도원' 이라는 말도 있고, '고향의 봄' 노래에도 나오듯이 우리 조상들은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 등을 더 선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벚꽃을 일부러 배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 왕벚나무는 인위적으로 교배하여 만든 재배 잡종이고 제주 왕벚나무는 자연에서 생겨난 자연 잡종으로 유전적으로 아예 다른 식물이라고 하며, 오히려 자연에서 자라난 제주 왕벚나무 쪽이 기원에 가깝다고 하니 말입니다. 벚나무는 일본의 국화이기 전에 한국의 자생화였던 것입니다.


주)

각 지역의 벚꽃 개화 여부를 판별하는 바로미터가 되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여의도 윤중로(여의서로)의 경우 국회 북문 건너 벚꽃 군락지 내 수목관리번호 118~120번의 3개의 벚나무가 여의도 벚꽃의 개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식입니다. 각 지역에 방문할 때 해당 나무를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으실 것입니다.



금강 주변의 벚꽃길
카페 '산타 로사'


여기 한번 보면 여의도가 심심하다, 군산 '은파호수공원'


전북 군산의 곳곳에는 벚나무가 밀도 있게 심어져 장관을 이룹니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 길목에서부터 금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수변로 등 시내 곳곳에서 연분홍의 색이 카메라를 들게 만듭니다. 그중에서도 은파호수공원 은 군산 벚꽃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입니다.


이곳은 과거 '미제저수지' 라는 농업용 저수지였는데 1985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현재는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호수의 둘레 길이가 약 10km에 달하는데, 둘레에 벚꽃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벚꽃철이 되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벚나무 및 산책로 주변, 호수를 가로지르는 목재 다리(물빛다리)에 야간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음악 분수도 있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야경의 명소로서 행락객들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모입니다.


이 정도라면 사실 서울 여의도 등 여러 곳들도 크게 뒤쳐질 게 없겠습니다만 군산에는 보다 특별한 게 있습니다. 바로 맛집이죠. 군산은 조선 말기인 1899년에 개항하면서 가장 먼저 커피 등 서양 문물이 들어온 곳이기도 하여 곳곳에 맛집 및 카페 명소가 많습니다. 이곳 은파호수공원 역시 이미 15년 전부터 여기에 자리 잡은 대형 카페인 '산타 로사' 를 포함하여 빼어난 경관과 뛰어난 맛을 모두 갖춘 맛집과 카페들이 여럿 들어서 있습니다.



부안 개암제
궁항 전라좌수영


오래된 수령의 거대한 벚나무와 고즈넉한 산사의 만남, 부안 '내소사'


군산에서 새만금방조제 를 넘으면 전혀 색다른 벚꽃의 명소들이 나타납니다. 바로 전북 부안입니다. 군산의 벚꽃이 축제라면 부안의 벚꽃은 숨은 비경이라고 할까요. 내소사 는 이런 부안 벚꽃여행 중에서도 가장 백미입니다.


내소사는 규모는 작지만 백제 무왕 때인 633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인데, 최소 수령 700년 이상 되는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당산나무로서 버티고 서 있어 그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교수가 전국의 5대 사찰 중 하나로 꼽으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내소사는 전부터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길이라 불리는 산책로가 유명했는데 그에 못지않게 벚나무길도 멋진 산책로로 이름이 높습니다.

 * 유홍준의 남한 5대 명찰(논제명찰) : 서산 개심사, 강진 무위사, 부안 내소사, 청도 운문사, 영주 부석사.


하지만 이런 벚나무숲이나 길보다는 오히려 경내에 한 그루씩 서 있는 오래된 고목 벚나무들이 더 내소사 벚꽃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벚나무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여서 전국에 고만고만한 벚나무들이 도처에 심어져 있는데, 그래서 내소사에 있는 고령의 큰 벚나무들은 다른 벚꽃길에서 볼 수 없는 압도적인 풍채를 뿜어냅니다.


거기에 사찰 뒤에 자리한 능가산(관음봉)의 비경과 사찰 내의 오래된 역사를 지닌 건축물들, 그리고 한적한 산사의 느낌이 어우러져 가히 전국 최고의 벚꽃 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만개를 지나 바람에 벚꽃비가 날릴 때가 되면 내소사의 벚꽃 뷰는 가히 극강이 됩니다.


부안에는 내소사 외에도 주목할 만한 벚꽃 명소들이 더 있는데, 먼저 개암제 는 수변 및 도로를 따라 조성된 벚꽃터널로 최근에 부안의 핫 플레이스가 된 곳입니다. 그리고 궁항 전라좌수영(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 주변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만발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숨은 벚꽃 명소입니다.



선유도 구불8길
장자교에서 본 장자대교
선유도에서 본 대장도
새만금방조제


군산과 부안을 묶어서 여행해야 하는 이유


상술한 것처럼 군산의 벚꽃과 부안의 벚꽃은 다소 느낌이 다른 면이 있고 각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벚꽃만이 아니라 여행 전반에 걸쳐 군산과 부안은 많이 느낌이 다르며, 하나씩 보면 뭔가 부족한 듯 하지만 둘을 묶으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완벽한 여행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군산(내륙)은 전북의 주요 도시로서 인프라가 풍부하고 먹거리가 풍부한 것이 장점이지만 자연환경이 부족하고 숙박 시설도 시티 뷰 위주로 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반면 부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이를 활용한 숙박 시설이 풍부하나 반대로 상점이나 먹거리 등은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두 곳을 연계해서 여행하면 양쪽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죠.


특히나 두 곳은 새만금방조제라는 세계 최대의 방조제로 연결되어 있고 거기에서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의 여러 섬들까지 연도교로 차량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군산-새만금·선유도-부안 으로 이어지는 3색의 연계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고군산군도 는 행정구역 상으로는 군산으로 사실상 군산에서 가장 볼만한 자연 명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대표 섬인 선유도는 과거 '군산도' 라고 불렸던 '원조 군산' 으로 예부터 중요한 요충지였으며, 과거 육지와 연결되기 전부터 유람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여행 명소입니다. 여기에는 선유도를 중심으로 한 해안산책로인 구불8길 과,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보행교인 장자교, 오르기는 험하지만 정상에서 고군산군도 최고의 뷰를 보여주는 대장도(대장봉) 등이 명소이며, 최근에는 섬 내에 여러 전망 좋은 카페와 음식점도 많이 생겼고 신시도에는 바다 앞에 있는 자연휴양림까지 생긴 상태입니다.

 * 고군산군도 : 군산시 남서쪽 약 50km 해상에 있는 선유도·신시도·무녀도 등의 5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 대표 섬인 선유도는 과거에 '군산도' 라 불렸는데, 내륙에 새로 군산시가 만들어지면서 이곳은 '오래된 군산' 이라는 뜻으로 '고군산' 이라 불림.


기타 연계 여행지를 살펴보면, 군산은 벚꽃 외에도 개항 도시로서 근대 쪽 아이템이 풍부한데 특히 1930년대 군산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근대생활관이 유명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과거 철길 주변에 형성됐던 마을을 관광자원화한 경암동철길마을, 1945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빵집인 이성당 이 유명합니다. 그리고 군산이 원래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많은 근대건축물 등이 아직도 현존하고 있어서 곳곳에 일본식 가옥이나 건축물 등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군산은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왜구를 격퇴한 진포 대첩의 무대로, 이와 관련하여 퇴역한 군함이나 대포, 항공기 등을 전시한 진포해양테마공원 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군산은 전술한 바와 같이 다양하고 깊이 있는 맛집들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커피나 빵 외에도 횟집, 중식당, 이탈리안을 비롯한 세계 맛집 등 다양한 요리의 전국적 맛집이 다수 있어 먹거리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 진포 대첩(1380) : 고려 우왕 때 최무선이 이끈 고려 수군이 군산 앞바다에서 왜구를 상대로 크게 승리한 해전. 이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화약 무기(화포)가 사용됐는데 이는 세계 해전사에서 처음으로 화포가 사용된 전투라고 함.


부안은 자연환경 쪽에 강점이 있습니다. 변산에서부터 줄포만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여러 해수욕장과 항구, 염전 등이 있고, 이러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전망대, 해안 도로, 숙박 시설 등도 풍부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거기에 채석강 등 중생대·신생대 지형을 살펴볼 수 있는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 과 유채꽃 명소인 수성당, 그리고 앞서 소개한 내소사·개암사 등 천년고찰 산사까지 있어 자연환경 쪽은 상당히 많은 여행 명소가 있습니다. 다만 먹거리는 바지락칼국수·백합죽 등 해산물 쪽에 집중되어 있고, 가장 유명한 내소사·개암제 쪽에 가도 상점·음식점 선택이 좀 제한적인 부분이 아쉽습니다.

 *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 : 전북 부안·고창군에 걸쳐 있는 원생대부터 신생대까지의 암석 및 퇴적물 지질층 등으로 2017년 국내에서 10번째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음.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4월 초(벚꽃 개화 시기)

- 연계 여행지 : (군산) 경암동철길마을,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진포해양테마공원, 동국사, 금강하구둑

                     (선유도) 구불8길(선유항~옥돌해수욕장), 선유도해수욕장, 장자교, 대장봉, 새만금방조제

                     (부안) 개암제(개암사), 수성당, 변산해변로 드라이브, 채석강, 소노벨 변산 오션플레이


- 교통 : (은파) 서울시청에서 218km, 익산역에서 28km, 군산터미널에서 7km

                     (익산역-군산역) 무궁화호 등 1일 15회. 편도 20분 내외

                     (서울-군산터미널)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편. 15~40분 간격 수시 운행, 편도 2시간 30분

           (내소사) 서울시청에서 266km, 정읍역에서 30km, 부안터미널에서 26km

                     (서울-정읍역) 용산역 및 수서역에서 KTX·SRT 수시 운행. 편도 1시간 40분

                     (정읍역-내소사) 정읍터미널에서 버스 편. 1일 3회, 편도 50분

                     (서울-부안터미널)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편. 1일 13회, 편도 2시간 50분

                     (부안터미널-내소사) 부안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 편. 1일 20, 편도 50분

            *버스 편 문의 : 부안스마일교통 / 063-582-6363, 부안군 건설교통과 / 063-580-4191


- 먹거리 : (군산) 이성당, 산타 로사·미즈카페 등 시내 카페 및 선유도·장자도 해안 카페, 금동·비응항 등의 

              횟집, 중식당, 이탈리안·프랑스·스페인 등 세계음식점 등

              (부안) 바지락칼국수·백합죽(향토 음식), 당산마루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군산 경암동철길마을
이성당
진포해양테마공원
부안 채석강
부안 수성당
부안청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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