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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쁨 Oct 28. 2024

서울, 아름다운 그곳(13)

광나루 한강공원


<광나루 한강공원>


내가 사는 곳은 한강공원과 근거리에 있는 편이다.

차로는 10분, 걸어서는 30분 이내에 한강으로 이어지는 길을 만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전거를 태우거나 뛰어놀 수 있는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돗자리 하나 툭 펼쳐놓고 누워만 있어도 아이들은 소풍 나온 듯 즐거워했다. (이제는 친구들과 간다)


반려견과 자주 가던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 집 강아지 삼봉이는 한강만 가면 왠지 모르게 늠름해졌는데, 아무래도 강바람이 주는 강인함이 생기는 듯했다.

가끔은 혼자서 유유자적 다녀오기도 한다. 책 한 권 들고 가서 읽거나 컵라면 하나 후루룩 먹고 왔을 뿐인데도 기분전환이 되기 때문이다.


한강은,
한가람이라는 순수 우리말에서 비롯되었는데 옛말에 <한>은 ‘한창인’, ‘큰’이라는 뜻이었고, <가람>은 ‘강’이라는 뜻이다.

고구려에서는 ‘아리수’, 백제에서는 ‘욱리하’, 신라에서는 ‘한산하’라고 불렀다. 모두 ‘크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만큼 오랜 시간 한반도의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물은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필요한 핵심 원료이다. 물을 이용함으로써 먹고사는 터전을 일구었고,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


한강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삶의 젖줄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강에서 나오는 강인함은 어머니의 강함이고, 곧 모성애가 뿜어내는 생명력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세월은 강물의 유속보다 빠른 것일까?

강가에서 놀고 강바람을 맞으며 무럭무럭 자란 아이들은 어느새 시큼한 냄새가 나는 큰 사람들로 변모했다.

조심성이 많아 운동과 거리가 멀던 아들 녀석은 털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되었고, 꽃반지 하나로 행복하던 소녀는 곱게 화장하고 나가는 숙녀가 되었다.

단단하고 생기 넘치던 나의 젊은 시절도 무르게 익어가는 중이다.


한강 위로 떨어지는 보랏빛 노을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빛깔은, 빛의 산란(散亂)이며 알알이 뿌려진 한강의 산란(産卵)이라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빛의 산란(散亂) : 빛이 미립자에 부딪혔을 때, 방향을 바꾸어 여러 방면으로 흩어지는 현상

(노을은 '빛의 산란'에 의해 생기는 빛 현상중 하나이다.)

*산란(産卵) : 알을 낳음



by. 예쁨




Episode

책 보기를 돌같이 하던 딸이 최근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혹시 우리 집에도 한강 책 있어?



있고말고.

내가 그토록 읽어보라고 권유했을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던 아이가 먼저 책을 찾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이 우리 집까지 영향을 미칠 줄이야.


한참 외면을 가꿀 나이겠지만,

내면을 가꾸는 데에 책만 한 것이 있을까?

나는 이 작은 변화가 주는 놀라움을 기억하고 감사할 것이다.


<한강>은 여러모로 우리 아이들을 성장시키는구나.





마당을 괜히 뛰고 서로를 괜히 치고 갑자기 뛰어다니고 괜히 웃는다.

그야말로 허송세월 타임이다.

어느새 하늘이 분홍색으로 물들고 있다.

나는 마당에 있는 애들을 부른다.


“얘들아, 이제 들어와. 집에 갈 시간이야.”


- 어린이의 허송세월, 이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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