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쓰고 있는 잘못된 표현법
"ㅇㅇ님, 진료실로 가실게요." "이번 진료는 조금 아프실 거세요."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면 종종 이런 말들을 듣게 된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진료실로 들어가야 할 때, 날 진료실로 안내하겠다는 말인지, 본인이 진료실로 가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문장이다. 그리고 아프실 거라는 말은 "아플 거예요."보다 "~세요."라고 말하는 게 더 공손해 보여서 나온 잘못 합성한 문장인듯하다.
"이 카드는 한도 초과가 되셔서 다른 카드가 있으시면 제가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드가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지만 한도 초과됐다는 카드의 상태를 이토록 정중하게 알아야 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결제를 돕다니 내가 충분히 결제를 할 수 있는데 도와주겠다니. 도와주고 싶다면 나 대신 돈을 내주었으면.. 하고 말하고 싶다. 이처럼 병원에서 종종 쓰는 잘못된 표현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보통 "~게요."의 주어가 일인칭, 내가 되어야 한다. 진료실로 안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호명해야 할 사람의 앞으로 가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눈을 마주친 후 미소를 지으며 "ㅇㅇ님, 제가 진료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며 환자보다 한 발 앞서 걸으며 안내하면 된다.
이 문장 또한 어법에 맞지 않은 문장이다. "이번 진료는 지난번보다 조금 더 아플 거예요."라고 설명하거나 통증의 정도를 수치화해서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통증의 정도를 1에서 10까지로 표현해 "지난번 진료 통증이 3 정도였다면 이번 진료는 6 정도의 통증이 있을 거예요."라고 표현하면 환자가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진료비가 상전이 되는 순간이다. 이 때는 "오늘 진료비는 5만 원입니다."이라고 말해도 충분하다.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고 싶다면 "오늘 보험 진료비 2만 원, 비보험 진료비 3만 원으로 총 진료비 5만 원입니다."라고 안내하면 된다.
화장실은 저쪽이신 게 아니라 저쪽에 있다. 병원 내부에 화장실이 있더라도 환자에게는 손가락이나 턱을 이용해 위치를 알려주며 화장실은 저쪽이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좋다. 위치를 안내해야 하는 환자의 옆으로 가서 "지금 여기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진료실 쪽으로 쭉 걸어간 다음, 오른쪽을 보면 화장실이 있습니다."라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위치를 안내하는 것이 좋다. 손을 이용해 안내할 때는 손을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한 다음 위치를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중복 존대를 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법이다. 그리고 환자는 자신이 얼마나 대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 때는 진료실과 소통하여 수술 진행상황과 환자는 몇 분 정도 대기해야 하는지 파악한 후 안내를 하는 것이 좋다. "지금 원장님 수술 중입니다. 대신, 수술은 마무리 단계라 10분 정도 대기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한다면 환자가 컴플레인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내부 직원들끼리 소통할 때도 잘못된 표현이 있다. 가끔 원장님에게 직접 연결해야 하는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때 흔히 하는 잘못된 표현이 "원장님 전화 오셨습니다."라며 전화 연결을 한다.
오너라서 걸려온 전화에게까지 극존칭을 쓰는 것일까. 이 때는 "원장님, ㅇㅇ님이 ㅇㅇ용건으로 통화하길 원하십니다."라며 전화 연결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