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이하며
교실 내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고개만 조금 비틀면 높은 하늘과 푸른 나무가 손에 닿을 듯 가깝고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을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고개가 항상 향하는 곳은 아이들 자리여서 계절 지나가는 모습보다 아이들 크는 모습이 더 선명했다.
1학기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간 아이들 뒷모습이 성큼 컸다.
자리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고
속상하고 짜증 난다고 바로 소리 지르지 않는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도 뚝! 소리에 쓱쓱 닦을 수 있다.
친구들하고 놀 때 놀잇감도 나눠 갖고 놀고
자리 자리 청소하라고 하면
털레털레 빗자루만 흔들지 않고
쓱쓱 싹싹 먼지를 모을 수도 있다.
열린 가방도 잘 잠그고
책상 서랍 속 어지럽다 싶으면 정리도 잘한다.
발표하고 싶어 손을 들 때 자기 먼저 시켜주지 않는다고 투덜대지 않고
지루해도 조금 더 참을 수도 있다.
우유 한 팩을 꿀꺽꿀꺽 혼자서 다 마시고 딱딱 접어서 상자에 반듯하게 넣을 수도 있고
혼자서 급식실까지 물 먹으러도 가고,
보건실에 갈 수도 있다.
조그만 입으로 재잘재잘 떠들면서도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재미있어요!
좋은 말은 자꾸 해도 좋은지
말주머니에서 쉬지 않고 말을 꺼낸다.
그림책을 읽을 땐 눈을 초롱초롱
문제를 풀거나 글씨를 쓸 땐 끔뻑끔뻑
놀이를 하거나 산책을 할 땐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다가도
돌아보고 확인받고, 한 박자 쉬어 가기도 하고, 느릴 땐 손을 뻗어 같이 가자 손 내미는 아이들
유난히 긴 1학기를 보냈고
여전히 1학년이지만
3월 4일 그날의 아이들은
나무처럼 하늘로 쑥쑥 뻗어가고 있다.
비지땀을 흘리며 학교에 오던 아이들이
이제 잠시 쉰다.
소란하던 교실은 한동안 고요할 것이다.
온몸으로 햇살을 받고 바람에 흔들리며 더 튼튼해지고 도타워져서 돌아올 때
얼마나 컸는지 한 뼘 한 뼘 재봐야겠다.
그때까지 잠시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