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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9가지 손



나 처음 이 세상에 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울었다

울음은 나를 지키는 방식이었고

세상은 그 울음을 안으며

나를 기억했다


숟가락을 들고

엄마의 얼굴을 따라 웃었다

몸을 뒤집고, 고개를 들고 넘어지고, 깨지며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기본은

다치며 내 안에 새겨졌다


친구는 내 마음 같지 않았고

나는 내가 늘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충돌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첫 번째 싸움이었다


말로, 눈빛으로

손끝으로 전해진 마음

나는 나를 제대로 설명하는 법을 익혔다

나의 형용사는 거짓이 아니었다

살아가려는

작은 춤이었다


누구의 지시 없이 걸어보았고

틀린 날도

내가 결정한 하루였다

그날 이후로 난

책임이 무엇인지

천천히 묻기 시작했다


인생을 사는 일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

건너는 일이었다

계절도, 사람도

내 안의 감정도

모두 강처럼 흐르고

난 건너고 있다


일과 사랑

몸과 마음

현실과 꿈 사이

나는 나를 한쪽으로 기울이지 않게

조용히 균형을 배웠다


눈을 감아도

마음은 길을 찾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떨림으로 마음을 전해졌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넓고 깊었다


이제

잡지 않아도

나는 살아 있고

남기지 않아도

무언가에 스며 있다


그래서 나는

애써 떠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빛 속으로

천천히 세상에 스며드는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남다

사라져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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