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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해부학

나는 어떻게 마음이 되었는가?

by 영업의신조이

6화.

느낌 _ 감각이 피워 올린 마음의 싹



느낌은 감각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마음의 첫 잎이다. 그것은 아직 감정이 되지 못한 채, 몸과 마음의 경계선 위에 머물며 우리의 존재를 물들인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것. 그것이 바로 느낌이다.


느낌은 해석되지 않은 진실이며,

판단 이전의 떨림이고, 존재가 세상을 향해 처음 던지는 반사이다. 감각이 몸의 수용기에서 출발한다면, 느낌은 그 자극이 마음에 닿아 일으키는 파문이다.

그것은 빠르게 스쳐가기도 하고, 오래도록 마음의 가장자리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이유 없이 들었던 낯설음,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 첫사랑도, 공포도, 기쁨도 아닌, 그 이전의 무엇. 느낌은 감정으로 자라기 전, 아직 말랑한 마음의 알갱이다.



네 살 무렵 처음으로 유치원에 간 아이가 있다.

엄마의 손을 꼭 쥐고 교실 앞에 섰다가 그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아이는 울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알 수 없는 덩어리가 맺힌다.

교실 안을 바라보며 그는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엄마의 눈빛을 다시 확인한다. 낯선 공간, 처음 만나는 친구들, 알 수 없는 소리들. 아직 그것을 두려움이라 이름 붙이지 못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차오른다. 그것이 바로 느낌이다. 감정이 이름을 얻기 전, 마음은 느낌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나는 언젠가 대나무숲 사이를 걷고 있었다.

해는 기울어 있었고, 바람은 조용히 잎을 어루만졌다. 그 순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슴이 뭉클해졌다. 바람 때문이었는지, 잎의 떨림 때문이었는지, 나무 사이로 스며든 금빛 햇살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슴이 차오르고 눈가가 따뜻해졌다. 기억도, 언어도 필요 없었다. 그것은 단지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마음은 때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세상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낌은 종종 신체의 즉각적인 표현으로 나타난다. 미간이 순간적으로 찌푸려지거나, 손끝이 가볍게 움찔하거나, 동공이 확장되는 찰나. 싫은 말을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오므라드는 눈썹, 초콜릿 쉐이크 앞에서 저절로 커지는 동공과 미소, 오랜만에 떠올린 그리운 이름 앞에서 물기 어린 눈가. 언어라는 이름을 얻기 전, 느낌은 몸의 표정으로 먼저 말을 건넨다.


그것은 감각의 반사이자 마음의 플래시 같은 피드백이다. 감정은 언어로 표현되지만, 느낌은 몸으로 드러난다. 빠르고 명확하며, 숨기려 해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우리는 종종 느낌을 무시하려 한다.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며, 근거 없는 감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느낌은 종종 진실에 가장 가깝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막연한 불편함이나 따뜻함.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그때의 느낌이 옳았음을 깨닫는다.

느낌은 논리가 닿지 못한 자리에 이미 마음이 반응한 증거다. 그것은 본능이자 직관이며,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내적 신호’이다. 뇌가 아직 해석을 내리지 못했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는 상태. 느낌은 감각이 마음에 전달되었을 때, 감정으로 태어나기 전 머무는 통로다.



느낌은 흐름이고, 움직임이며, 마음의 수면 위에 맺히는 진동이다. 그리고 그 진동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내면의 나침반이 된다. 느낌은 언어로 고정되지 않기에 더 자유롭고, 더 섬세하다. 이름 붙이기 전의 진실이며, 감정으로 굳기 전의 순수한 움직임이다.


예술은 바로 이 느낌의 언어다.

좋은 음악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흔든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보는 순간 가슴이 저릿해지거나, 왠지 모를 안도감을 주는 찰나. 그것이 바로 느낌이다. 예술가란 감정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낌을 건드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진짜 예술은 해석보다 먼저 이해되고, 설명보다 먼저 받아들여진다.



느낌은 또한 기억의 입구다.

어떤 냄새는 어린 시절로 데려가고, 어떤 빛은 특정한 사람을 불러낸다. 감각이 기억을 자극한다면, 느낌은 기억의 문을 여는 손잡이다. 우리는 기억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느껴버렸기 때문에 기억한다. 마음은 느낌을 경유해 기억을 소환한다.



마지막으로, 느낌은 관계의 시작이다.

말보다 먼저 도달하는 마음의 징후. 누군가의 얼굴만 봐도 그 사람과의 거리감을 느낀다. 따뜻한 사람, 차가운 사람, 낯선 사람, 오래된 사람. 느낌은 단번에 관계의 방향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때로 말보다 느낌이 더 정확하고 잔인하다. 느낌은 숨기려 해도 배어 나오는 내면의 진실이다.



감각이 세계의 첫 접촉이었다면,

느낌은 그 접촉에 대한 마음의 첫 반응이다. 그것은 언어 이전의 시이며, 사고 이전의 선이고, 감정 이전의 빛이다.


우리는 느낌을 통해 살아 있고, 존재하며,

그 느낌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며, 다시 나를 그려낸다. 느낌은 감정의 모태이고, 마음의 첫 목소리이며, 존재가 삶을 향해 내미는 가장 고요한 손이다.


느낌은 언어 이전의 진실이며,

감정 이전의 마음이다.

그것은 몸의 반사이며,

영혼의 첫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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