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지식
나는
수많은 책을 읽었다
그 속엔
타인의 숨결이 머물러있었다
한때는 그것들이 모두
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잠시 내게 머물다 간
빛의 그림자들이었다
내 마지막 하늘이
심장 안으로 스며든 날
그들은 내게 말했다
다시 모두 내어놓으라고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이제 세상으로 돌아가거라.”
그 말이 바람에 스며들자
작은 새가 지저귀었다
모든 지식이 나가고 나서야
풀잎의 떨림이 들려왔다
그제야 알았다
앎이란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내게 머물렀다
다시 떠나는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나의 자만과 오만이
웃으며 나를 떠나갔다
보내며 비로소 알았다
그 모든 지식이 나를 키워왔음을
이제야 그들에게
고마움이 피어났다
그리고
아직 남은 바람이
내 안을 천천히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