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허영의 시장에서
(2천년 만의 독백)
2천 년 만에
나는 허영의 시장에 들렀다
너희들은 여전히
빛보다 반짝이는 것들을 찾고 있었다
너의 눈은 반짝였지만
그 안엔 어둠이 살고 있었다
나는 너의 마음을 만져보았다
차가웠다
그러나 그 안에는 여전히
작은 불씨 하나가 남아 있었다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가질까...
너희들의 질문은 바람처럼 나를 스쳤다
너희는 몰랐다
그 바람이 스치는 동안에도
내가 너희들 곁에 서 있었다는 것을...
한 왕의 옷보다
들판의 한 송이 꽃이 더 아름다웠다
나는 그 꽃을 만들었고
그보다 더 아름답게 너희를 빚었다
그러나 너희는
허영을 진리라 부르고
진리를 불편한 허무라 말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이 사랑의 마지막 언어였으므로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너무나 오래 머물렀다
오늘 하루가
너희 안에서 성실히 자라기를 바랐다
눈물이 나면 흘려라
기쁨이 넘치면 웃어라
그 단순한 일들이
나의 뜻이었다
그리고
너의 이웃의 손을 놓지 말아라
그 온기가 바로
내가 세상에 남긴 사랑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