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마음이 되었는가?
21화.
에필로그: 다시, 마음으로 _ 나의 재탄생
마음은 돌아오는 것이다.
의식의 첫 발걸음이 무의식의 심연을 지나 올라오듯, 우리의 여정도 결국은 그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돌아온다는 것은 되풀이가 아니라 심화된 반복이다.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우리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한 걸음, 한 감정, 한 기억을 지나온 나의 마음은 이미 이전과는 다른 진동을 품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단 한순간도 동일한 나로 살아갈 수 없고, 지속해서 새로운 나로 생과 생을 반복한다.
이 책의 시작은 무의식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은 어둠이 아닌 잠재된 가능성의 바다였다.
잠재의식은 감정을 품고,
의식은 그 감정을 비추었으며,
감각은 세상의 문을 열고,
느낌은 나를 진동시켰고,
감정은 색을 입히고,
생각은 구조를 만들며,
기억은 흐름을 남기고,
사고는 나를 나답게 해석하게 했고,
마음은 그 모든 것을 감싸는 집이 되었고,
사상은 삶의 궤도를 만들었으며,
자아는 나의 정체성을 조율했고,
의지는 방향을 잡아주었고,
행동은 존재의 흔적을 새겼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깨닫는다. 이 모든 구조는 선형이 아니라 순환의 리듬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우리가 삶에서 겪는 수많은 기쁨과 상실, 사랑과 고통, 혼란과 깨달음은 그저 흘러가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의 구조를 갱신하는 사건의 연속이다. 하나의 선택은 생각을 바꾸고, 하나의 기억은 사상을 흔들며, 하나의 관계는 자아를 새로 짓는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마음으로 돌아간다. 더 단단하고, 더 복잡하고, 더 살아 있는, 언제나 생생한 마음으로.
나는 마음을 ‘완성된 구조’가 아닌 ‘계속 쓰여지는 구조’로 본다. 그 마음은 실수로 물들고, 후회로 갈라지고, 사랑으로 봉합되며, 무수한 되풀이 속에서 고유한 나의 흔적을 만들어간다. 그 흔적을 따라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쓰며,
나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인생 그 자체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람은 마음으로 산다. 마음으로 선택하고, 마음으로 상처받고, 마음으로 다시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쓰는 지금, 끝이라는 감정보다 시작이라는 예감에 더 가까이 서 있다. 왜냐하면 마음은 한 번 회전하고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마음속 어딘가에서 무의식의 물결이 다시 출렁이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감정이 다시 깨어나고, 어떤 기억이 새롭게 해석되며, 당신만의 마음의 구조가 조용히 다시 쓰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재구성은 더 단단한 당신을 만들어낼 것이고, 더 깊은 당신의 서사를 태동시킬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마음의 구조를 조금 더 이해함으로써, 그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위함이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고통이든 상실이든, 마음의 모든 요소는 그 존재 자체로 이미 가치가 있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부정적인 순간조차 내일의 더 깊고 넓은 나를 만드는 필수적인 필요조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들을 배척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해할수록 마음은 단단해지고 확장되며, 깊어지고 더 포근해지고, 결국 더 사랑스러워진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기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러니 한 가지는 꼭 기억했으면 한다.
지금 내 마음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을 ‘매몰된 나’가 아닌, 조금 먼발치의 ‘관찰자’ 자리에서 바라보는 순간, 모든 흔들림은 더 안정적이고 단단해지며, 결국 더 사랑스러운 나를 향하는 길이 된다.